“우리나라는 내전 때문에 돌아가기 힘들어요. 한국에 살고 싶어요.”

10일 오전 제주시 용담에 위치한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앞은 난민 신청을 하기 위해 온 예멘인들로 북적였다.

기존에는 난민 신청 접수를 1층 민원실에서 받았으나 최근 들어 신청 건수가 급증하면서 3층에 별도의 사무실까지 꾸려진 상태였다.

‘REFUGEE APPLICATION(난민 지원)’이라는 종이 팻말이 세워진 사무실 안에는 4~5명의 예멘인들이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건장한 성인 남성이었다.

난민 심사를 담당하는 직원 1명과 임시 파견된 심사과 직원 1명, 업무 보조를 맡는 사회복무요원 1명 등 총 3명은 분주히 난민인정신청서를 들여다보며 신청자와 대화를 나눴다.

이들은 총 13장에 이르는 신청서에 출생과 가족관계 등을 비롯해 난민 주장 이유, 난민인정 신청 사유, 박해 받은 경험, 고국으로 돌아갔을 때의 우려 사항 등을 기입하도록 안내했다.

난민 심사 담당자는 “신청서는 난민 인정 심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데이터이기 때문에 정확하고 성의있게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며 “개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어 짧게는 20~30분이 소요되지만 하루가 꼬박 걸리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멘인은 아랍어를 사용하는데 제주에는 아랍어가 가능한 난민전문통역인이 없어 영어와 바디랭귀지를 이용해 신청을 받고 있다”며 “함께 온 예멘인들 중 영어가 가능한 분들이 통역에 나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접수 절차가 끝나면 담당자는 신청자에게 ‘난민인정신청접수증’을 교부하고, 6개월 내에 면접을 실시하게 되는데 이때 타 지역에서 난민전문통역인을 불러온다고 했다.
 

제주에서는 2013년 난민신청자가 9명에 불과했지만 2015년 227명, 2016년 295명, 2017년 312명, 2018년 4월 기준 369명으로 큰 폭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작년 한해 기록을 뛰어넘은데 이어 이달 들어 무려 159명이 난민 신청을 하면서 5월 8일 현재까지 총 528명이 난민 신청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1000명은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지역별 난민신청자 수는 서울이 6448명으로 가장 많고 인천 2227명, 광주 409명, 부산 326명, 제주 312명 순으로 나타났으나 올해는 제주가 서울과 인천의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올해 제주 난민신청자 중 227명이 중동 예멘인으로, 절반에 가까운 43%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멘은 3년째 내전이 이어지고 있는 지역이다.

제주를 찾은 예멘인이 2015년 3명, 2016년 10명, 2017년 52명에 그쳤던 점에 비춰보면 난민신청자가 200명을 웃돌고 있는 상황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처럼 난민 신청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관광시장 다변화를 위해 제주 기점 국제선 항공편 노선이 확대되면서 접근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게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분석이다.

기존에는 중국과 일본 등을 통해서만 접근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에서도 제주로 올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비자 없이도 입국이 가능한 제주를 난민신청지로 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일에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직항편을 이용해 예멘인 81명이 무더기로 제주로 들어오기도 했다.

이들은 2002년 제주도가 관광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무사증 제도(비자 없이 30일간 체류)’를 이용해 제주에 왔으며, 대부분 난민 신청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난민법에 따라 이들은 난민 인정 여부가 확정될 때까지 국내 체류가 허용되는데, 만약 불인정 결정에 대한 행정소송까지 밟게 되면 대법원 판결이 나기까지 약 2~3년을 비자 없이 머물 수 있게 된다.

난민 심사 담당자는 “난민 신청 후 6개월 이내 심사가 이뤄져야 하지만 상황에 따라 더 걸릴 수도 있다. 6개월을 넘기게 되면 취업이 가능해 진다”며 “5월부터 예멘인의 난민 신청이 부쩍 늘기 시작해 우선은 신청부터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도균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은 “기존에는 연간 300명 수준이어서 직원 1명이 처리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다른 부서 직원 1명을 파견해 업무를 돕도록 처리하고 있다”며 “급증 현상이 일시적인 건지 지속적인 건지를 지켜보고 인력 충원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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