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에 도전하는 원희룡 무소속 제주도지사 예비후보가 제주 제2공항 반대 주민으로부터 폭행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에 대한 여론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주 제2공항 개발사업은 오는 2025년까지 총 사업비 4조8734억원을 투입해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496만㎡의 부지에 공항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수송인원은 연간 2500만명 규모다.

기존 제주국제공항의 수용능력이 저가항공의 성장과 국내·외 관광객의 증가로 한계에 이르러 공항 이용객들의 불편과 항공기 안전사고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것이 추진 배경이 됐다.

국토부는 2015년 11월10일 제주공항 인프라확충 사전타당성 조사용역 결과를 발표하며 제2공항 후보지로 서귀포시 성산읍을 지목했다. 부동산 투기, 지역 간 찬반 논란 등의 우려에 따른 깜짝 발표였다.

당시 국토부는 환경 파괴가 적을 뿐 아니라 공역·기상·장애물·소음피해·사업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 성산읍이 최적입지라고 설명했었다.

그러나 이 같은 국토부의 발표는 곧 지역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주민 동의 절차 없이 입지가 선정됐을 뿐 아니라 용역 내용에 입지 인근의 성산읍 수산1리의 동굴들이 누락되고, 정석비행장 안개 일수 통계가 부풀려지는 등 용역이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2016년 7월 마을별로 운영되던 반대 조직이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성산읍 반대대책위)'로 통합되고, 2017년 11월 시민단체 중심의 '제주 제2공항 반대 범도민행동'이 별도 출범하면서 반대운동은 더욱 격화됐다.

원 예비후보 폭행 가해자이기도 한 성산읍 반대대책위 부위원장 김모씨(51)는 2017년 10월10일부터 42일간 제주도청 앞에서 단식투쟁을 벌였고, 한 달 뒤에는 두 단체가 청와대 앞에서 삭발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국토부는 지난 2월 사상 처음으로 용역을 재조사하기로 했다. 최적입지 선정 등 중간 과정이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됐기 때문에 주민들이 제기한 여러 의혹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선거국면에 접어들면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은 6·13 제주도지사 선거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원희룡 후보 폭행사건까지 발생했다.

원 후보는 지난 14일 오후 경쟁 후보들과 함께 이 사업을 단일 주제로 한 '2018 지방선거 제주도지사 후보 원 포인트(One Point) 토론회' 참여했다가 성산읍 반대대책위 부위원장 김씨로부터 계란을 맞은 뒤 왼쪽 얼굴을 폭행당했다. 이후 김씨는 지니고 있던 흉기로 자신의 팔을 긋는 등 자해 소동도 벌였다.

이날 밤 원 예비후보의 SNS에는 소식을 접한 원 예비후보의 딸이 "혹시라도 찔렸으면… 제발 때리지는 말아 달라"고 호소하는 심경글을 남기기도 했다. 현재 해당 글은 삭제된 상태다.

원 후보도 이튿날인 15일 자신의 SNS에 16일 복귀 입장을 밝히며 "가족들이 받은 충격에 대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건 당시 가해자를 제지해 준 문대림 더불러민주당 예비후보에게도 감사 입장을 전했다.

다만 원 후보는 "제2공항 문제는 도민 숙원사업이자 이해와 관심이 큰 사안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정치적 이해관계로 얽혀서는 안 된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가해자의 처벌도 원치 않고, 쾌유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밤 제주도지사 예비후보 등 제주 정치권이 일제히 유감·위로 메시지를 낸 데 이어 김씨가 속한 성산읍 반대대책위도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유감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성산읍 반대대책위는 "이러한 사태가 무리한 사업추진 등으로 인해 누적된 사회갈등이 표출된 것이라는 점에서 제주도와 국토부 역시 이번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당부도 더했다.

뉴스1 제주본부가 여론조사기관 엠알씨케이(MRCK)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과 관련한 질문에 '현 제주국제공항 확장'에 대한 답변이 34.6%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성산읍에 제2공항을 건설해야 한다' 27.2%, '잘 모르겠다' 14.1%, '새로운 절차로 공항부지를 골라 제2공항을 건설해야 한다' 12.0%, '제2공항을 건설하지 않아야 한다' 10.2% 순으로 나타났다.

제주도지사 예비후보들의 경우 고은영 녹색당 예비후보는 '전면 백지화', 김방훈 자유한국당 후보는 '재검증 결과 수용',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원점 재검토', 원 예비후보는 '재검증 결과 수용', 장성철 바른미래당 후보는 '제주~전남 KTX 해저터널 등 재검증 논의 범위 확대' 등의 입장이다.

뉴스1 제주본부가 ㈜엠알씨케이에 의뢰한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12일과 13일 제주도민 성인 남녀 1009명 대상의 유·무선 전화면접(유선 32.6%·무선 67.4%)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7.5%, 표본오차는 ±3.1%p(95% 신뢰수준)다. 이 여론조사는 셀가중을 이용해 성별, 연령, 지역별 가중치(2018년 3월 기준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를 부여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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