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 검증을 빌미로 의혹 제기가 난무하고 있는 제주지사 선거가 '팩트'없는 '팩트 전쟁'으로 시끌벅적하다.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후보측과 무소속 원희룡 후보측 양쪽은 최근 선거는 물론이고 선거 이후 정치인생까지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의혹을 각각 제기했다.

문 후보는 지난 25일 TV토론회에서 원 후보와 배우자가 서귀포시 안덕면 고급휴양형 주거단지인 '비오토피아'의 명예회원이며 배우자가 수차례 골프와 온천 스파 등을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원 후보는 26일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도지사에 취임하고 얼마 안된 2014년 7~8월초 비오토피아 주민회가 특별회원을 제안했지만 단박에 면전에서 거절했다고 해명했다.

원 후보측은 같은 날 대변인 논평에서 민주당 경선일인 4월15일 직후 문 후보가 명예회원인 골프장에서 가명으로 골프를 쳤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측은 즉각 "저급하고 비열한 흑색선전"이라고 반박했다. 문 후보 본인도 TV토론회에서 "개탄스럽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들은 상대방의 의혹 제기를 허위사실로 규정하고 서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과 선관위에 고발했다.

선거 당락은 물론이고 법적 책임까지 피할 수 없게 됐지만 양쪽 모두 아직 의혹 제기를 뒷받침할 명확한 증거 공개는 꺼리고 있다.

문 후보측은 비오토피아 주민자치회가 원 후보를 명예회원으로 위촉했다는 내용의 내부문서를 찍은 사진을 증거로 제시하기는 했다. 이 문서는 4년 전 원 후보에게 특별회원을 제안한 비오토피아 전 주민자치회장이 주민회 문서가 아니라고 직접 부인했다.

문 후보측은 이날 원 후보의 해명 기자회견 이후 낸 논평에서 별다른 증거 공개없이 "비오토피아 특별회원 관련 확보된 자료와 수많은 갑질 증언 등을 수합해 곧 도민에게 밝히겠다"고만 했다.

원 후보측도 비오토피아 의혹에는 후보가 직접 해명 기자회견까지 열며 진화에 나섰지만 자신들이 제기한 가명 골프 의혹은 검찰 수사에서 증거를 제시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양쪽 모두 상대방의 주장에는 "증거를 내놓으라"며 강경한 자세를 보이면서 정작 자신들은 증거 제시에 인색해 자칫 '아니면 말고'식의 진흙탕 싸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권자들은 추가 증거가 나오거나, 누군가 한쪽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한 선거가 끝나고 법의 판단이 나오기 전에는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투표를 해야한다.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은 "객관적인 근거없는 의혹 제기는 상대방에게 흠집을 내기위한 비방밖에 되지 않는다"며 "주장의 신빙성이 없는 일단 지르고보자는 식의 의혹제기는 유권자들의 혼란만 부추기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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