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엇을 바라보며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끊임없이 자문하고 의심하는 사람입니다."

녹색당 고은영 제주지사 후보의 지인 이진주씨(39)는 '청년' '이주민'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선거에 출마한 고 후보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이씨와 고 후보의 만남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이씨와 서울의 한 홍보회사에서 일한 고 후보는 제주도로 입도해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홍보팀에서 함께 일을 하며 인연을 맺게 됐다.

기자 시절 고 후보와 안면이 있던 이씨는 "타고난 로열이 아니라면 오직 실력으로 승부하는 청담동 바닥에서 그는 정점에 있었다. 그야말로 에이스였다"며 "밑바닥부터 힘겹게 올라간 화려한 정점에서 스스로 내려온 그와 센터에서 조우했을 당시 참 신기했다"고 떠올렸다.

저마다의 이유로 제2의 고향으로 택한 제주에서 두 사람은 센터의 홍보 채널을 운영하며 제주 청년들이 앞길을 개척해나가는 일들을 기록으로 남겼다.

제주에 절망하고 탈출하는 청년들이 떠나지 않고 머물러 꿈꿀 만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일념에서였다.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삶의 방향을 질문하던 이들은 1년 뒤 서로 다른 자리에 서게 됐다.

이씨는 소셜벤처 '걸스로봇(Girls Robot)'를 설립해 여성의 진출이 적었던 공학분야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오면서 이공계 페미니스트 운동의 이른바 '셀럽'이 됐다.

수차례 함께 일하자는 이씨의 제안을 물리친 고 후보는 녹색당의 당원으로서 청년운동과 환경운동의 '아이콘'이 됐고, 결국 한 정당을 대표해 도지사 후보로까지 출마했다.

이씨는 "학교 반장선거만 해도 사람을 지치게 하는데 하물며 한 정당을 대표해 도지사 후보로 나선다는 게 얼마나 큰일이냐"며 "젊은 나이, 이주민, 퀴어 얼라이, 걱정과 우려를 한도 끝도 없이 들을 수 있는 일에 투신해주어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씨가 바라보는 '한 인간으로서 고은영'은 본질적으로 여리고 눈물이 많은 사람이다.

세월호 때도 울고, 강정에서도 울고, 제2공항 때문에도 울기 때문이다. 이씨 자신은 세월호는 몰라도 땅과 바다, 동물을 위해서는 그토록 울어본 적 없다고 했다.

이씨는 "한 개인으로서는 그토록 여린 사람이지만 정치인으로서 그는 강경하다. 제 한 몸 다칠 것을 염려하지 않고 직진한다"면서 "남은 선거기간 마저 달려보자. 제주야말로 역사적인 땅, 혁명의 고향 아니냐"며 고 후보를 향해 힘찬 응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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