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원희룡 제주지사 후보의 재선 성공은 정당보다는 인물론을 더 중시해온 제주 선거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제주는 그동안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이 강세를 보여왔다.

1995년 제1회 동시지방선거 첫 당선인부터 무소속이다. 2002년 지방선거, 2004년 보궐선거, 2014년 지방선거를 제외하고 총 8차례의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무소속 당선은 이번이 4번째다.

원 후보는 기존 보수 표심을 굳히는 동시에 보수정당 출신임에도 그동안 쌓아온 개혁적 이미지를 내세워 일부 민주당 지지층까지 끌어안기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유한국당에 이어 바른미래당을 잇따라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정치적 외연을 확장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후보는 문재인 마케팅에만 몰두해 정작 후보 개인의 역량을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하면서 인물론 경쟁에서 뒤쳐졌다는 분석이다.

이번 선거에서 팽팽하게 대립한 적폐 프레임 대결에서도 결과만 놓고본다면 원 후보의 승리였다.

문 후보측은 원 후보가 이명박 정부 시절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지내는 등 보수정당 소속이었고 전두환 세배 논란과 제주4·3위원회 폐지법안 공동 발의 등의 과거 전력을 상기시키며 적폐청산의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원 후보측은 공무원 줄세우기와 난개발 책임이 있는 우근민 전 지사의 지원을 받고 있고 경선 과정에서부터 각종 의혹에 휩싸여온 문 후보야말로 제주판 적폐세력이라고 응수했다.

선거 막바지 문 후보측은 4·3과 관련한 원 당선인의 과거 행적을 집중적으로 공격했으나 원 후보는 자신도 큰아버지가 4·3 당시 숨진 유족의 한 사람이며 4·3위원회 폐지 법안 발의는 당론으로 의지와 무관하게 추진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4·3유족들이 뭐에 현혹됐다", "(원 후보 지지 유족) 기억하겠다" 등의 발언을 해 유족들의 반발을 사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올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4·3 70주년 추념식에 참석해 화해와 상생 정신을 강조한 상황에서 민주당의 '과거에 그랬다'는식의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 후보는 13일 당선이 확실시 된 뒤 선거사무소에서 4·3유족을 따로 언급하며 감사를 표했다.

그는 "유족회 자체는 선거 중립이지만 제가 국회의원 시절 부족해 제대로 하라는 뜻에서 4·3 유족들이 정말 큰힘이 돼줬다"며 "앞으로 4·3 유족과 함께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진보와 보수 표심을 아울러 재선에 성공한 이번 선거 결과가 원 후보 앞으로의 정치인생에도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대패한 이번 선거에서 전국적인 민주당 열풍을 뚫고 유일하게 무소속 당선에 성공, 야권을 이끌 새로운 주자로 부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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