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접전 박빙 끝에 재선에 성공한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28일 "고입 선발고사(연합고사) 폐지에 따른 불안을 최소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취임을 사흘 앞둔 이날 뉴스1 제주취재본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제주도교육감 선거에서 최대 쟁점이었던 고입 선발고사 폐지 유지 방침과 관련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교육 행정의 수반으로서 이미 3년 전 발표한 정책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정책을 바꾸는 건 현장의 더 큰 혼란만 준다"며 "공정성과 신뢰성이 문제라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내 30개 고교, 특히 특성화고와 읍면고를 성장시키고, 자유학기제에 따른 진로교육을 잘 시켜 막연한 입시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이 교육감은 지난 선거 과정을 돌아보며 "역전하는 과정을 보면서 시대정신을 진전시키는 형언할 수 없는 힘을 느꼈다"며 "앞으로 학부모들과 선생님, 아이들을 더 많이 만나면서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 당초 예상과 달리 상대 후보와의 초접전 끝에 재선에 성공했다. 이번 선거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우선 개표 당일을 넘어 다음날 새벽까지 잠 못 들게 해 송구하다.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지지해준 도민들에게 감사드린다. 비록 지지하지 않았어도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전해준 분들께 고마운 말씀드린다. 역전하는 과정을 보면서 시대정신을 진전시키는 형언할 수 없는 힘을 느꼈다.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도민 한 분, 한 분의 간절한 열망을 느꼈다. 이석문을 통해 시대를 진전시키겠다는 도민들의 진심도 봤다.

더 큰 자부심은 선거의 고질적 문제로 일컬어지는 관권·금권·조직·무분별한 네거티브 선거를 하지 않았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지지, 정책·홍보기획 등으로 선거를 치렀다. 현직 프리미엄, 여론조사 결과 염두에 두지 않았다. 불리한 조건에서 선거를 치를 거라 예상했다. 새로운 역사로 진전하기 위해 도민들과 한 약속을 꿋꿋이 지키는 게 중요했다. 그 진심이 받아들여져 무척 다행이고 감사하다.

- 4년간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고교체제 개편 및 고입제도 개선'은 선거에서 가장 큰 쟁점이었다. 특히 고입 선발고사 폐지 방침에 대해서는 3년 전 결정된 사안이었음에도 여전히 격론이 벌어졌는데, 어떻게 완성해 나갈 계획인가.

▶교육 행정의 수반으로서 이미 3년 전 발표한 정책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정책을 바꾸는 건 현장의 더 큰 혼란만 준다. 공정성과 신뢰성이 문제라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고입 선발고사는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곳이 없고, 관리도 대단히 어렵다. 올해가 새로운 정책 시행 첫 해이기 때문에 과도기적 혼란과 불안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내신 60%에서 형성되는 커트라인을 65% 이상으로 내려가는 흐름을 만들겠다. 그러려면 도내 30개 고교를 잘 성장시켜야 한다. 특성화고와 읍면고를 성장시켜 제주시 동지역으로 오는 흐름을 줄이겠다. 자유학기제에 따른 진로교육을 잘 시켜 막연한 입시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겠다. 불안 심리와 문제점들을 이번 기회에 충분히 알았다. 학부모들과 선생님, 아이들 더 많이 만나면서 불안을 최소화하겠다.
 

-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국제 공인 평가·교육과정) 도입 방침에 대한 교직사회의 신중론이나 반대론이 만만치 않은데, 이에 대한 입장은.

▶평가를 바꿔야 아이들의 수업이 바로 설 수 있고, 교사와 학교 현장의 신뢰가 바로 설 수 있다. 2022년 고교 학점제를 해야 하는데, 학점제 시행을 위한 구체적인 평가 모형이 없다. 그래서 IB교육 프로그램 도입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초·중학교는 지금도 (도입이) 가능하다. 그런데 DP(Diploma Program·고교 과정) 과정은 학점을 인정받아야 시행할 수 있다. 이게 되려면 한국어 과정을 IBO에서 승인해야 한다. 승인을 받기 위해 몇 달 전 싱가폴에서 IBO 회장과 면담한 바 있다. 이게 인정되면 학부모 부담이 없다. 우리 아이들도 국제학교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왜 1%의 국제학교 아이들만 좋은 교육을 받고, 99%의 아이들은 그 교육을 받지 못해야 하나. 2022년 고교학점제와 맞물려 대입이 변한다. 현재 대입 구조를 그대로 두고 대입을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IB가 도입되면 수업 내용과 평가가 신뢰받을 수 있다. 조선시대 과거시험과 같은 문제가 프랑스의 교육과정에도 나온다. 이런 시험 평가를 하자는 것이다.

- 현재 교육중심 학교 시스템 구축을 위한 조직진단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대대적인 개편이 예상되는데, 관련 구상을 밝혀 달라.

▶우리 교육이 행정 중심의 천동설에서 아이·교실 중심의 지동설로 이동하는 중이다. 지동설에 맞게 행정과 리더십이 혁신돼야 한다.

행정 혁신인 경우 현재 조직 개편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학교를 아이들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도교육청과 제주시·서귀포시교육지원청을 학교 현장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재편하려고 한다.

이에 맞게 교장 리더십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다. 교장의 역할이 달라질 것이다. 지난해 도내 교장들을 캐나다 오타와로 연수보냈다. 우리와 다른 교장의 역할을 보고 왔다. 앞으로 학교에서 교장이 가장 바쁠 것이다. 리더십 혁신을 위해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30%까지 확대하겠다.

- 올해 2학기에 고등학교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하겠다고 공약했다. 예산확보 방안 등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있나.

▶도세전출비율 상향으로 무상급식을 할 자체 재원은 있다. 그러나 무상급식 예산은 도교육청과 도청이 나눠서 부담하는 구조다. 도청과 도교육청, 도의회가 협력해 추진하는 것이 맞다.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는 대로 도청, 도의회와 만나는 자리를 만들겠다. 이번 추가경정 예산 심의·의결 과정에서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겠다.

- 학교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 제주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제주지부)와 정책협약을 맺으며 지지를 받기도 했는데, 어떤 해결책을 갖고 있나.

▶지난 4년 재임 중 학교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노력했다. 서로가 생각하는 방향과 속도에 차이가 있어 교섭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적도 있지만, 이런 과정을 슬기롭게 극복해 신뢰가 더욱 두터워졌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반영돼 선거 과정에서 저를 공식 지지후보로 결정했다고 본다.

앞으로도 교섭 과정마다 격의없이 소통하며 처우를 개선하겠다. 역할의 차이는 있어도 차별은 없는 학교 현장을 만들겠다. 앞으로 임기 중 학교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노력하겠다. 필요하다면 '제주교육 공론화 위원회'에서 관련 해결책 마련을 위한 도민사회의 지혜를 모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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