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여론수렴 과정 없이 제주도지사 임기 변경 등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18일 제362회 도의회 임시회 제5차 회의에서 제주도 특별자치제도추진단으로부터 주요 업무를 보고받고 이 문제를 집중 질타했다.

이날 회의에서 도마 위에 오른 것은 도 특별자치제도추진단이 최근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에 제출한 '제주특별자치도 분권모델의 완성 추진방안(2017~2022)' 문건이었다.

세종·제주 자치분권·균형발전특별위원회 제주분과위원회와의 논의를 토대로 도 특별자치제도추진단이 작성한 이 문건은 제주특별자치도의 비전과 제도적 완성 방안, 특별자치 주요 정책과제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제주특별자치도 분권모델 완성을 위해 지방정부형태와 계층구조, 도지사 임기 등에 대해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하는 방안이었다.

지방정부형태로 기관대립형과 기관통합형, 위원회형 3개안, 계층구조로 2계층(도·시, 도·읍면동)과 3계층(도·시·읍면동, 도·읍면동·리통) 2개안, 도지사 임기로 5~7년 단임제와 6년 연임제 2개안 등이 제시돼 있어서다.

도는 해당 문건에서 올해 안에 도민 의견을 수렴해 내년 주민투표와 입법 절차를 밟고, 2020년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도 특별자치제도추진단이 이날 업무보고를 통해 이미 지난달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에 이와 관련한 제주도 자치분권 로드맵 수정안을 제출했고, 지난 12일에는 자치분권위 심의도 열렸다고 밝히면서 의원들의 강한 비판이 쏟아졌다.

심의 절차가 마무리되면 청와대 보고 후 이르면 8월 중 '자치분권 종합계획'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길호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조천읍)은 "대의기관인 제주도의회를 패싱(Passing)한 상태에서 결국 정부의 종합계획이 발표되는 것이냐"며 "67만 제주도민의 권리와 관련된 중대한 사안인데, 책임질 수 있느냐"고 재차 따져 물었다.

홍명환 의원(민주당·제주시 이도2동 갑)도 "이는 도의회에 대한 모독"이라며 "도민 합의도 안 된 사안을 어떻게 청와대에 함부로 보고할 수 있느냐. 특별자치제도추진단이 아니라 갈등추진단"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좌남수 의원(민주당·제주시 한경·추자면) 역시 "도지사 임기를 비롯한 중차대한 문제를 갖고 이런 식으로 도민들을 패싱해도 되는 것이냐"며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솔직하게 인정하라"고 쏘아붙였다.

정민구 의원(민주당·제주시 삼도1·2동)은 "문건만 보면 도민과 도의회는 필요 없는 존재"라며 "왜 갑자기 도지사 임기 변경 얘기가 나오느냐. 중앙부처 인사들이 손을 댄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나용해 도 특별자치제도추진단장은 "(절차상)잘못된 부분에 대해 인정한다"면서도 "세부 내용은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예시로 언급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중환 도 기획조정실장은 "지방정부형태와 계층구조, 도지사 임기 등은 다음의 문제"라며 "(정부 종합계획 발표 이후)제주의 정치구조를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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