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윽, 냄새…"

제주 낮 최고기온이 31.7도를 기록하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졌던 24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한담해안산책로 동쪽 초입.

'애월해안산책로' 나무 표지판 주변에는 쓰레기가 된 플라스틱 컵 한 무더기가 봉긋하게 솟아 올라 있었다. 이 옆을 지나가던 관광객 이영수씨(50·서울)는 코를 막으며 "꼭 무덤 같다"고 했다.

평일 오후 이곳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관광객이다.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해안 산책은 물론, 투명 카약 등 해양 레저 체험과 제주에서 손꼽히는 유명 카페를 원스톱으로 즐길 수 있는 '핫 플레이스(Hot Place)'여서다.

그러나 '플라스틱 컵 무덤'을 만드는 것 또한 이들이다.

한담해안산책로에 들어서거나 나오면서, 담배를 다 피우고 자리를 떠나면서, 차를 타고 마을안길을 빠져나가면서 등 플라스틱 컵을 버리는 모습도 각양각색이었다.

인근 카페 주차요원인 애월리 주민 김모씨(68)는 "100이면 100 이 주변 카페에 들려 '테이크 아웃(Take-out)'을 한다"며 "자기네 동네도 아니고, '나 하나 쯤'이라는 생각을 하니까 그렇게 버린 데 또 버리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손을 내저었다.
 

이어 찾은 곳은 제주시 외도동 월대천 인근 해안가.

가까이에 멋드러진 해안산책로가 펼쳐져 있는 데다 마을안길에는 돌담을 경계로 키 작은 집들이 아기자기 모여 있어 숨은 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건 역시나 플라스틱 컵이었다. 대부분 주민 개인 집 터인 돌담 주변에 버려져 있어 보는 이를 더욱 황당케 했다.

주민 이모씨(50·여)는 "돌담 위·아래는 기본, 돌담 사잇구멍에 쓰레기를 구겨 넣는 일도 부지기수"라며 "저녁쯤 되면 꼭 한 번 집 주변을 살펴야 한다"고 토로키도 했다.

제주시 이호테우해수욕장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해변을 따라 형형색색 타일로 꾸며진 낮은 담장 위에는 플라스틱 컵들이 듬성듬성 버려져 있었다. 이를 본 관광객 김성환씨(30·인천)는 "꼴불견"이라며 혀를 끌끌 찼다.

해수욕장 내 간이 쓰레기 집하장에서 만난 한 민간 재활용품 수거업체 관계자는 "플라스틱이 전체 쓰레기의 20% 수준에 달한다"면서 "클린하우스(제주형 분리수거함)가 곳곳에 있는 데도 아무 데다 쓰레기를 버리는 관광객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통계상 제주는 전국에서 인구 대비 카페·편의점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제주 카페 수는 총 1856개다. 단순히 숫자로만 보면 전국 최하위권이지만, 인구 대비로 보면 1만명당 29곳으로 전국 1위다. 카페 밀집률도 서울과 함께 1.33%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편의점도 마찬가지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제주 편의점 수는 853개로 전국 최하위 수준임에도, 편의점당 인구 수는 743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적었다. 편의점당 인구 수가 적다는 것은 고객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유동인구는 출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라며 "제주는 실제 거주 인구보다는 유입되는 관광객이 많아 편의점 등이 많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제주의 경우 관광객이 많은 지역 특성상 플라스틱 컵이 과도하게 배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 처한 셈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최근 몇년간 카페·편의점이 급증하면서 플라스틱 컵이 많이 배출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환경부 방침에 따라 다음달부터는 카페 매장 내 플라스틱 컵 사용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관련 단속·계도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은 "찬 음료를 종이컵에 담는다고 해서 온도가 크게 오르진 않잖나. 재활용이 손쉬운 종이 등의 단일재질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장기적으로는 플라스틱 컵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선제적이고 과감한 환경실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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