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항공사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항공권을 미리 발급받은 고지연씨(31·제주)는 제주공항에 도착해 곧바로 탑승길에 올랐다.

휴가철이다 보니 출발장 앞은 관광객들로 붐볐지만 고씨는 생체정보를 미리 등록해둔 덕에 기다림 없이 탑승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먼저 모바일 항공권의 QR코드를 인식시킨 뒤 휴대폰 뒷자리를 입력하자 첫 번째 문이 열렸고, 손바닥을 펼쳐 정맥을 인식시키자 두 번째 문이 열리면서 곧바로 보안검색장으로 향할 수 있었다.

출발장에는 여전히 수십명의 이용객이 줄을 서 있었지만 고씨의 탑승수속은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한국공항공사는 탑승수속 간소화를 위해 지난 1월 29일부터 제주공항과 김포공항에 도입한 생체정보인식시스템 등록자 수가 13일자로 10만21명을 기록하자 이날 등록자들을 대상으로 기념 이벤트를 진행했다.
 

제주에 관광을 왔다가 생체정보를 등록하면서 10만명 기념 이용객으로 뽑힌 최혜림(34·인천)·하승규씨(34·인천) 부부는 "애엄마들은 애들 여권은 챙겨놓고 정작 본인 신분증을 안 챙겨서 애를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시스템이 유용한 것 같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친구와 함께 생체정보 등록을 마친 서미환씨(29·울산)는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마치 하이패스를 얻게 된 것 같다"면서 "제주공항과 김포공항뿐 아니라 김해공항에서도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QR코드를 찍으러 향한 김태원씨(40·제주)는 "업무상 제주와 김포를 자주 오가는데 석달 전부터 생체정보로만 왔다갔다 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며 "예전 같으면 성수기라서 사람이 많아 기다려야 하는데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광주를 한달에 2~3번씩 오간다는 강원진씨(57·제주) 역시 "올봄부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기다리는 시간 없이 드나들 수 있어서 편리하다"며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반면 생체정보가 유출되거나 위·변조될 경우를 우려해 이용을 꺼리는 이들도 있었다.

출발장 앞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던 장은희씨(43‧경기)는 "내 생체정보를 기계에 등록한다는 게 꺼림칙하다"며 "공항을 자주 이용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굳이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손바닥을 찍고 통과하는 이용객들을 넌지시 바라보던 김인환씨(52‧서울)는 "오늘에서야 팻말을 보고 생체정보인식시스템이 있다는 걸 알게 됐는데 익숙치 않아서 이용을 안하게 되는 것 같다"며 "내 정보가 악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관계자는 "안심하고 이용하실 수 있도록 해킹 등 위험에 노출되지 않게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비스 도입 목적은 신분증을 지참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신분증 분실로 항공편을 탑승하지 못하는 여객의 불편을 해소하는 것도 있지만 육안으로 신분 확인을 할 때 발생하는 인적오류를 방지하기 위한 것도 있다"며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공항공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누적 이용자 수는 37만 명으로, 운영 개시일 이래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최근 들어서는 일평균 약 2800명이 이용하고 있다.

공항공사는 전국 주요 공항 어디에서 출발해도 생체정보와 탑승권만으로 항공기 탑승이 가능하도록 김해와 대구, 청주, 광주 등에도 점진적으로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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