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블록체인·암호화폐 특구가 되기 위해서는 명확한 규제나 가이드라인 아래 암호화폐 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11일 오후 도의회 소회의실에서 '블록체인 특구,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김주원 클라우디 대표는 "크립토 밸리(Crypto Valley·암호화폐 도시) 발표만으로 제주에 올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며 "기업 지원과 투자자 보호를 동시에 할 수 있는 ICO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 패널인 허재혁 법률사무소 지명 변호사는 "ICO가 허용되려면 개인정보 보호법 등 개정해야 하는 법률이 상당수"라며 "중앙정부 차원의 검토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경린 제주대 전산통계학과 교수는 "법적 문제는 공론화 이후 논의돼야 할 사안"이라며 "가장 큰 초점은 정부가 제주에서의 ICO를 허용할 것인지 여부다. ICO가 허용돼야 ICO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형석 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정책자문위원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분명히 양면성을 갖는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규제를 하느냐의 문제"라며 "도민 혜택 측면에서 안전장치를 만들기 위한 규제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고재일 시사칼럼니스트는 "싸이월드가 SNS을 가장 먼저 개발했음에도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했던 것은 속도가 아닌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단지 선점을 한다는 이유로 시장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고태호 제주연구원 연구위원은 원론적으로 블록체인·암호화폐 특구 지정에 찬성하면서도 "경제적 효과에 대한 데이터를 명확히 분석한 뒤 이를 토대로 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노희섭 도 미래전략국장은 "특구 안에서 규제를 푸는 것이 아닌 제대로 만들자는 것"이라며 "투기, 사기 등의 외부 문제를 최소화시키는 규제를 시장 상황에 따라 업데이트하면서 건전한 기업들이 자생할 수 있는 산업구조를 만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 국장은 "ICO 가이드라인 등 특구 운용에 대한 초안은 작성된 상태"라며 "향후 투자자 보호 조치가 이뤄진 부분들에 한해 토큰 제너레이션(토큰 발행·공개) 모델을 단계적으로 오픈하는 문제를 내부에서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민구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위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삼도1·2동)은 최근 정부가 블록체인·암호화폐를 벤처 인증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언급하며 "정부가 블록체인을 너무 쉽게 보는 것 같다"면서 "ICO 가이드라인이 만들어 진다면 의회 차원에서 적극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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