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문재인 정부가 '쉼표가 있는 삶, 사람이 있는 관광'을 새 관광정책 비전으로 앞세우면서 '지역관광 활성화'를 큰 방향으로 내걸었다. 대표 관광지가 아닌 마을 관광 콘텐츠에 눈을 돌려 주민 주도형 관광 프로그램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양적 성장에 치우쳤던 제주 역시 새로운 도약을 위해 지역관광에 초점을 맞춰 변화를 꾀하고 있다. 뉴스1은 제주의 지역관광 현 상황과 향후 과제를 3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제주 관광산업은 한 마디로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정의하곤 한다.

한해 1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가는데도 이에 따른 경제 파급효과가 지역사회에 제대로 미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부의 편중은 갈수록 심해지고 도외로 유출되는 악순환이 지속되는데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 수 있는 관광정책 수립은 요원하기만 했다.

설상가상으로 이제 관광객들의 발길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난 5월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발표한 '제주지역 내국인 관광객 증가세 둔화 요인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내국인 관광객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10.3% 늘었지만, 올해 3~4월 중에는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1.5%에 그치는 등 크게 둔화했다.

저비용항공사의 해외노선 확대로 해외여행 비용이 낮아지면서 제주가 아닌 동남아 등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관광객들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 개발과 지역민-관광객 간 상생모델 구축이 요구되고 있다.

◇ "지역을 잘 아는 주민이 관광 콘텐츠를 만든다"
 

전남 여수는 2012년부터 관광지로 그야말로 '빵' 떴다.

그해 세계박람회가 열린 덕도 있지만 그보다는 버스커버스커의 노래 '여수 밤바다'가 인기를 얻으면서 낭만적인 여행지로 떠오른 탓이 크다.

하지만 관광 활성화로 인한 수익은 지역주민보다는 대형 관광사업체에 집중됐고, 접근성이 떨어져 상대적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지 않는 여수 섬 지역의 상대적 소외감은 더욱 컸다.

이렇게 관광객들이 몰리는 데도 정작 혜택을 보지 못하는 지역민들을 위해 마련된 사업이 바로 '관광두레'다.

‘관광두레’는 우리의 전통적 공동체 문화인 '두레'와 '관광'을 결합한 것으로, 지역주민 스스로 지역자원을 활용해 유기적인 협력 하에 운영하는 '관광 사업 공동체'를 의미한다.

관광수익이 지역주민들에게 환원될 수 있는 자생적 관광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2013년부터 시작한 것인데, 문화관광연구원이 위촉한 관광두레PD들이 민·관 사이에서 소통을 담당하며 밀착 현장지원을 한다.

여수가 관광두레 사업에 뛰어든 건 2014년부터다. 특색있고 고유한 자원을 가졌으나 잘 알려지지 않은 섬들 속에서 공동체를 발굴해 섬 주민들 스스로 여행상품을 만들고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섬마다 다른 복잡한 배편, 계절과 날씨에 따른 변수로 섬 여행이 쉽지 않다는 점에 착안해 섬과 섬을 연결하는 안내자 역할을 만들었다.

여행자들은 안내자를 따라 섬마을 주민사업체를 찾았고, 주민들과 함께 먹고 자고 해양스포츠를 즐기면서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섬 속의 삶'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전남 곡성에서도 다양한 관광두레가 운영 중이다.

섬진강기차마을이야 주말마다 인산인해지만 깊숙한 마을에까지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미치지 않자 2014년 귀촌한 이들이 모여 주민여행사 '섬진강두꺼비'를 만들었다.

이들은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마을 깊숙이 들어가 주민과 교감하며 계절마다 다른 곡성의 모습을 산책하듯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는 여행상품 '곡성한바퀴'를 선보여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여수와 곡성을 비롯해 현재 47개 지역, 190개 주민사업체, 1400여 명의 주민이 참여하고 있는 관광두레는 지역주민 주도형 관광사업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 "1차산업에 2·3차산업 입히고 도시와 적극 교류"
 

인구가 4000명도 되지 않는 일본의 작은 마을에 연간 200만명의 관광객이 모여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6일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2018 대한민국 균형발전 박람회'에서는 '일본 가와바 마을' 사례가 소개돼 관심을 끌었다.

산림면적이 83%를 차지하고 40% 이상이 고령인구인 가와바 마을은 풍부한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1975년부터 농업과 관광업을 연계하고 동경의 세타가야구와 교류를 적극 추진했다.

세타가야구민이 직접 농산물 수확작업을 경험할 수 있도록 과실나무를 임대해 직접 관리하도록 하고, 초등학교 간 2박3일 이동수업을 실시하는 등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갔다.

마을기업인 '㈜전원플라자 가와바'는 1차 산업 생산물 중심에서 이를 기반으로 한 2차 및 3차 산업 상품을 개발해 부가가치를 확대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 인적자원에만 한정하지 않고 전문기술자를 영입해 사케, 수제맥주, 요구르트 등으로 제품의 고급화를 실현시키는가 하면 전문경영인을 통해 가공, 유통, 관광 체계화도 구축했다.

토야마 교타로 가와봐 마을 촌장은 마을기업의 성공요인으로 '가와바촌과 마을기업 혁신가의 협력'과 '마을기업 혁신가의 경영 리더십'을 꼽았다.

지역관광 활성화를 꿈꾸는 제주는 이 작은 마을의 성장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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