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고향인 전모씨(45·제주)는 올 추석 귀성길에 오르는 대신 23일부터 3박5일간 홍콩으로 여행을 떠났다. 가족들끼리 올해부터 차례를 지내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주민인 전씨는 아내와 함께 제주 한바퀴를 돌까 고민했지만 제주국제공항에서 홍콩으로 곧바로 가는 직항편이 생겼다는 소식에 곧바로 해외여행을 결심했다.

전씨는 "인천공항을 거쳐서 가야하는 불편함도 없는데다 항공료나 현지 물가가 비싸지 않아서 홍콩여행을 결정했다"며 "제주는 괜찮은 숙소를 예약할래도 연휴기간에는 성수기 가격을 받으니까 여행이 꺼려지더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3월부터 제주를 찾는 중국인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시장 다변화에 나선 결과, 중국에 집중돼 있던 국제선 직항노선이 태국,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등으로 확대됐다.

이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함께 제주도민들의 해외여행도 덩달아 늘어나게 됐다. 이 같은 흐름은 추석연휴기간 여실히 드러났다.

홍유식 하나투어 제주 대표는 "최소 5일에서 최대 9일에 이르는 이번 추석연휴기간 제주발 국제선 직항편을 이용해 해외로 떠나는 도민들이 늘어나면서 일부 항공권은 동이 났다"며 "인바운드는 다 채우지 못해도 아웃바운드는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설명했다.

추석연휴 사촌과 함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루 여행을 계획한 김모씨(33·여·제주) 역시 어렵사리 표를 구해 2박4일간 여행길에 오를 수 있었다.

김씨는 "예전에는 육지에서 사촌언니가 오면 제주 카페 투어를 하면서 놀러다녔는데 제주기점 직항노선이 늘어나면서 해외여행을 결심하게 됐다"며 "(여행기간이)짧지만 비용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에 마음 편히 놀고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21일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22일부터 26일까지 제주공항 기점 국제선 여객(출발)은 일평균 3449명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추석연휴 일평균 여객(일평균 2058명)과 비교하면 무려 70%나 증가한 것이다.

이 기간 운항하는 국제선은 총 242편(출발 123편·도착 119편)으로 일본 8편, 홍콩 5편, 코타키나발루 2편 등 15편이 임시편으로 투입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국제선 임시편이 단 한 편도 없었다.
 

제주도민들의 해외여행이 급증한 상황에서 제주로 오는 관광객은 줄어드는 추세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22일부터 26일까지 20만5536명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9월22~25일) 입도객 19만6505명에 견줘봤을 때는 4.6% 증가했지만, 추석연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증가폭이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21일 기준 업종별 예약상황을 살펴보면 호텔과 콘도 예약률은 80% 수준으로 작년과 비슷했지만, 펜션은 작년 80%에서 40%으로, 렌터카는 90%에서 70%으로 크게 떨어졌다.

온라인쇼핑업체 티몬이 올해 추석 연휴기간(9월22∼30일) 국내‧외 항공권 예약 건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제주도 항공권 예약건수는 지난해 연휴기간(9월30일~10월4일)에 비해 17%나 감소한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반면 해외여행의 경우에는 지난해 보다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국인 관광객 수가 줄어든 이유에 대해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제주로 오는 비용과 해외에 가는 비용을 견줘봤을 때 오히려 일본이나 동남아권이 더 싸다고 느끼기 때문에 발길을 돌리는 것 같다"며 "과거처럼 특수를 누리기 위해서는 제주만의 콘텐츠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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