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김수종 칼럼] 항저우(杭州)에서 전기차를 다시 보다
뉴스1 © News1
지난주 항저우(杭州)에 ‘번개 여행’을 다녀왔다. 하루는 BYD(比亞迪)의 전기버스 조립 공장을 구경했고, 또 하루는 중국의 ‘전기차 100인회’가 주관하는 ‘신에너지자동차’ 포럼을 들었다.

항저우는 상하이 바로 남서쪽에 위치한 유서 깊은 도시로 나이든 한국인들에겐 ‘항주’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 중국인들은 옛날부터 항저우와 인근의 수저우(蘇州)를 묶어 ‘상유천당 하유소항’(上有天堂 下有蘇杭)이라고 자랑했다.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소주와 항주가 있다”는 뜻이니 이곳이 지상낙원이라는 얘기다.

오늘날도 항저우는 대단하다. 인구가 1000만 명에 육박하고 마천루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나는 21세기형 중국의 대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항저우 외곽에 있는 BYD자동차 공장은 알루미늄 소재로 차체를 만들고, 선전(深圳) 공장에서 만든 배터리와 각종 부품을 들여다 전기 버스를 조립한다. 요즘 하루에 평균 13대의 전기버스가 나온다. 공장규모와 1100명의 종업원 숫자를 생각하면, 생산량이나 노동자들이 일하는 모습이 그리 인상적이고 능률적인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자동차 선진국의 조립 라인에서 보는 로봇 공정도 눈에 띄지 않았다.

부공장장의 설명을 들으면서 이 공장의 경영 방향을 조금 느낄 수 있었다. 일감에 따라 생산량을 신축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초임 종업원 월급이 얼마냐는 질문을 받고 그는 45만~100만원(한국 원화 기준)이라고 말했다. 공산당 일당이 지배하는 중국에는 노동조합이 없다. 일감의 양에 따라 임금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한단다. 함께 구경하던 한 기업 대표가 “이익이 상당히 날 수 있는 경영구조”라고 분석했다.

부공장장이 우리 일행을 마지막으로 안내한 곳엔 2층 구조의 버스 차체가 두 대 있었다. 아직 미완의 차체는 겉보기에 차이가 없었다. 그는 “이 2층 버스는 스탠퍼드대학으로 갈 차고, 저쪽 것은 페이스북이 주문한 것입니다”고 구분해서 말했다. 미국의 거대 IT기업과 명문대학에서 BYD전기버스를 주문해서 통학과 통근에 이용한다는 점은 중국 자동차 회사로선 자긍심을 느끼는 모양이다. 사실 BYD 전기버스는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대도시와 유럽 남미 등 세계 각지에서 대중교통 차량으로 확산되고 있다. 제주도 우도에도 BYD 전기버스가 20대 운행되고 있을 정도다.

20일엔 항저우 엑스포 센터에서 ‘전기차 100인회’와 항저우시의 공동 주관으로 ‘신에너지자동차’ 포럼이 열렸다. 중국의 전기차의 현황과 비전을 보고 들을 수 있는 행사였다. 전시장은 BYD와 질리(Geely) 등 중국의 큰 자동차회사뿐 아니라 군소 자동차회사에서 제조된 각종 전기차로 빼곡했다. 서방 세계의 자동차로는 날개를 편 듯 서 있는 테슬라의 모델X와 BMWi3가 눈에 띌 정도였다.

포럼에서는 세계의 전기차 전문가들과 개발자들이 전기차의 추세와 개발과정을 설명하는 발표로 요란했다. 현대차 관계자가 수소차 ‘넥쏘’에 대해 설명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두 개의 풍선을 이용한 ‘넥쏘’의 공기 정화기능을 보여주는 현대차의 비디오 발표에 청중들이 사전을 찍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포럼을 들으면서 자동차 문명의 변화를 이끄는 3가지 추세를 명확히 읽을 수 있었다. 첫째 기후변화와 깨끗한 공기에 대한 인류의 절박함, 둘째 자율주행차에 대한 관심, 셋째 자동차의 공유화 바람이다. 자동차 문명은 카본프리(탄소제로)의 전기차나 수소차로 전환할 수밖에 없고, 자율주행차의 등장과 함께 공유 체제로 바뀌는 게 머지 않은 미래의 일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도 이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뒤늦게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긴 했지만 현대·기아가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국내 전기차 보급이 3만대에 이르렀고 소비자들이 호응도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현대차는 일본 도요타와 함께 수소차 개발의 선두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자동차 판도에서 일어나는 큰 변화는 한때 자동차 후진국으로 치부되던 중국이 내연기관 자동차를 뛰어 넘어 ‘신에너지자동차’로 가속페달을 밟으며 앞서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국가정책으로 외국 자동차 회사의 중국투자를 허용하면서 합작투자와 함께 기술이전을 강력히 조건으로 요구했고, 거대한 중국 시장에 매력을 느낀 외국 회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 소비시장이고, 전기차 생산과 보급에서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 중국의 전략과 자신감은 테슬라로 하여금 상하이에 전기자동차 생산 공장과 연구시설을 짓도록 허가해준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은 까다로운 지배구조 요구도 하지 않았고, 기술 이전도 강요하지 않았다.

중국 기업들은 모든 산업분야에서 테크놀로지를 축적하며 발전시켜 나갔고, 이제 중국식의 기술국가의 비전을 갖게 되었다. 그게 바로 ‘중국제조2025’이다. 2049년 중국공산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을 때까지 미국에 맞먹는 첨단기술 국가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중국제조2025’의 10대 기술 분야 중 하나가 전기차 등 ‘신에너지자동차 분야’다. 내연기관에선 구미 선진국에 뒤졌지만 전기차에선 앞설 수 있다는 그들의 자긍심을 생산 현장과 포럼에서 느낄 수 있었다.

LG화학과 삼성SDI 등 한국 기업들은 전기차 배터리의 기술개발 및 생산능력에서 중국의 우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중국의 견제가 노골적이다. 중국은 전기자동차 생산뿐만 아니라, 전기차 연료에 해당하는 배터리 분야에서도 독자적 기술체계를 쌓으면서 한국의 벽을 허물고 있다. 중국은 2025년까지 자국 내 자동차 판매량의 25%를 전기차 등 ‘신에너지자동차’로 채우겠다는 대담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항저우의 거리를 달리는 흔한 전기버스를 보면, 중국 전기차 정책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은 소위 ‘신에너지자동차’ 분야, 즉 전기차, 수소차, 그리고 배터리 개발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거대한 시장을 둔 중국과의 경쟁은 힘겨울 것이다. 그러나 경쟁은 새로운 경쟁력을 배양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뉴스1 고문>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카드 뉴스
여백
기획
여백
프리미엄제주 킬러 콘텐츠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