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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늦깎이 태풍 ‘콩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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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레 7일은 24절기의 하나인 한로(寒露)다. 과거 곡식 생산이 경제를 좌우했던 농업사회에선 24절기가 매우 중요한 계절 변화의 역표(曆表)였다.

한자대로 풀이하면, ‘한로’는 찬이슬이 내린다는 뜻이다. 이제 겨울이 닥칠 것이라는 예보여서 사람들은 서둘러 곡식을 거두어 갈무리해야 할 때다.

제비도 강남으로 돌아간다는 이 서늘한 절기에 반갑지 않은 강남 손님이 들이닥친다. 태풍 ‘콩레이’가 5일 밤부터 6일까지 남부지방에 상륙할 모양이다. 10월 태풍은 매우 드문 현상이면서, 그 피해가 컸음을 과거 기록이 보여주고 있다.

강풍과 폭우로 농산물과 산업현장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긴밀하게 협력하여 재난 예방과 사후 수습을 철저히 하는 수밖에 없다. 지난 8월 말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관통했을 때 태풍 예보 및 재난예방체제, 수습대책, 그리고 지역 주민의 준비태세가 잘 되었기에 예상보다 인명피해와 경제적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같다.

10월 태풍 ‘콩레이’의 늦깎이 출현을 보면서, 태풍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가질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지구과학자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태풍의 빈도와 강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그냥 흘려버릴 일이 아니다. 대서양에서 일어나는 허리케인, 인도양의 사이클론, 동아시아의 태풍은 모두 대서양 인도양 태평양에서 일어나는 같은 종류의 열대성 저기압이다.

2018년은 이 열대성 저기압이 크게 주목을 끌었던 해다. 미국에서는 9월 중순 허리케인 플로렌스가 노스캐롤라이나 등 대서양 연안을 강타하면서 약 20명의 인명피해와 수백만 명이 대피하는 큰 피해를 치렀다. 비슷한 시점에 동남아시아에서는 태풍 ‘망쿳’이 필리핀에서 1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중국 남부에 상륙하면서 홍콩과 마카오 등 대도시를 마비시켰다. 망쿳은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72m에 이르는 슈퍼 태풍으로 세계 기상 전문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올해 충격적인 태풍 피해는 일본에서 일어났다. 9월 5일 태풍 '제비'가 일본 서부를 강타하면서 일본이 자랑하던 간사이공항 활주로가 바닷물에 잠기고 5000명의 공항 이용자가 고립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어 9월 말 태풍 ‘짜미’가 일본열도를 종단하면서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간사이공항이 또 폐쇄됐다.

태풍의 에너지는 높은 바닷물 수온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온난화에 의해 한반도 주변의 수온도 전례 없이 올라가고 있다. 그래서 태풍이 더욱 극성을 부릴 것이라는 게 기상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태풍이 많아지고 강력해진다는 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예상하지 않았던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재난의 강도가 세지고 범위가 넓어지는 것을 말해 준다.

간사이공항 활주로를 바닷물로 덮은 태풍 ‘제비’의 위력은 일본만의 일로 그냥 흘려볼 일이 아니다. 간사이공항은 오사카만에 인공섬을 만들어 비행기 활주로와 터미널을 조성한 기술대국 일본 토목공학의 결정판이다. 이게 태풍 한방에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으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태풍에 의한 간사이공항 마비사태는 한국에도 큰 교훈을 준다. 사실 일본에 비해 한반도는 자연재해가 덜 심한 편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는 더 격렬해질 것이며, 우리나라도 태풍, 가뭄, 폭우, 한파 등 자연재난에 더 취약해질 것이다. 게다가 바다 수위 상승이 빨라진다면 재난의 진폭은 더 커질 것이다.

“가뭄이 극성을 부릴 때, 사람들은 물이 풍부했던 기억을 잃어버린다. 비가 많이 내리는 해에는 가뭄의 기억을 잃어버린다. 언제나 그런 식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존 스타인벡이 ‘에덴의 동쪽’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의 눈을 그린 대목이다.

이제 기후는 65년 전 스타인벡이 생각했던 그런 한가한 자연현상이 아니다. 가뭄일 때는 강바닥과 저수지 바닥을 정비해서 홍수에 미리 대비하는 등 기후변화가 일으킬 재난에 준비하는 장기적 안목이 필요한 때다. <뉴스1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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