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전 3시쯤 김선웅군(20)은 여느때 처럼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어두운 새벽길을 걷고 있었다.

집으로 향하던 그의 눈에 무거운 손수레를 힘겹게 끌고 다니는 이름모를 할머니의 모습이 들어왔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쳤을법한 광경이었지만 김군은 주저없이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함께 손수레를 끌고 길을 건너던 순간 차 한대가 그를 덮쳤다.

2남1녀 중 착한 막내동생이자 착한 아들 그리고 착한 친구였던 김군은 이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쳐 사경을 헤매다 끝내 가족 곁을 떠났다.

선행을 베풀다 변을 당한 김군은 숨진 이후에도 7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했다.

10여 년전 먼저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어 장기기증을 서약한 김군의 심장과 폐, 각막, 신장 등은 7명에게 나눠져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났다.

김군의 안타까운 그러나 아름다운 선행은 주변에 퍼져나갔고 지난 9일 교회에서 치러진 발인예배를 비롯해 빈소에 많은 인파가 몰려 고인을 기렸다.

김군이 자원봉사하던 이태오 제주성안교회 목사는 "김군은 주변을 돕는 착한 학생이었다"며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김군의 마지막 길을 보기위해 빈소를 찾아 유족들에게 위로가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군의 누나인 김보미씨는 "평소 조용하고 착한 막내인줄은 알았지만 사고 뒤 SNS에 달린 '너는 정말 착한 친구였다'는 추모글들을 보니 선웅이가 어린 나이지만 참 훌룡한 인생을 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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