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제주해군기지(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 건설 과정에서의 반대 활동을 이유로 처벌된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한 사면복권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사면복권 대상 범위와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2일 제주도 민군복합형관광미항갈등해소지원단에 따르면 2007년부터 현재까지 제주해군기지 반대 활동을 하다 연행된 사람은 총 696명이다.

이들 가운데 기소된 인원은 611명으로, 30명은 구속 기소, 450명은 불구속 기소, 127명은 약식 기소, 4명은 즉결심판에 넘겨졌다.

현재 확정 판결을 받은 이들은 전체 기소자의 약 75%인 478명이다. 15명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3명은 실형, 174명은 집행유예, 286명은 벌금형을 받았다. 부과된 벌금 총액만 2억9000여 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나머지 22명은 선고유예, 과태료, 공소기각, 공소기각 만료, 형 면제 등으로 재판이 종료됐고, 현재 111명은 재판 중이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 참석차 강정마을 주민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재판이 확정되는 대로 사법처리자에 대한 사면복권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제주해군기지 갈등이 시작된 이후 현직 대통령이 주민들을 직접 만나 유감 입장과 함께 사면복권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제주도는 조속한 갈등 봉합을 위해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던 2014년부터 22차례에 걸쳐 정부에 확정 판결자 478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건의해 왔다.

그러나 해당 건의는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첫 특별사면에서도 좌절됐다. 일괄 사면의 어려움 때문이다. 당시 박균택 법무부 검찰국장은 "재판 중 사면을 할 경우 나머지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상황 속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일괄 사면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향후 쟁점은 사면복권 대상 범위다.

현재 111명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데다 사면복권 대상을 강정마을 주민들로 국한할 것인지 또는 외부 시민 활동가들까지 포함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두고 이날 오전 법무부를 대상으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는 파행을 빚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통령이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역사 퇴행적 생각을 갖고 있다"고 쏘아 붙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사면복권은)현재로서는 원칙적 입장"이라면서도, 사면 대상 범위에 대해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사안별로 따져봐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했다.

다만 당사자 측은 정부의 특별사면에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제주해군기지 반대 활동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강동균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주민회 회장은 "특별사면은 말 그대로 죄를 사면받는 것 아니냐. 부당한 공권력에 맞서 온 우리는 사법부가 내린 죄를 인정할 수 없다"며 "명예회복이 더 언급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말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해군이 강정마을 주민 등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권 청구 소송을 철회하는 내용의 법원 조정안을 수용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건 공약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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