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생각날 때마다 생명의 나무를 보러 올게요."

30일 오후 서귀포시 신효동에 위치한 제주라파의집에서 김형보씨(56)는 어린 동백나무를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동백나무는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져 7명에게 새생명을 주고 떠난 고(故) 김선웅군(20)을 기리기 위해 이날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심은 것이다.

김군은 지난 10월 3일 새벽 3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무거운 손수레를 끌고 가던 할머니를 돕다 지나가던 차에 치여 머리를 크게 다쳤다.

사경을 헤매던 김군은 뇌사상태에 빠졌고, 김군의 가족들은 10년 전 병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생각하며 김군의 심장과 폐, 각막, 신장 등을 7명에게 기증했다.

선행을 베풀다 변을 당한 김군이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모두 내어준 사연이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애도의 물결이 일었다.

김군의 나눔정신을 기억하기 위해 마련된 동백나무 식수행사에서 김군의 아버지 김형보씨는 '사시사철 푸르고 아름다움'이라는 꽃말을 가진 동백나무를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많은 분들이 우리 아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줘서 감사하다"며 "선웅이는 7명의 생명을 살리고 가서 하늘나라에서 평안히 지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들은 이제 곁에 없지만 아들을 통해 새 생명을 얻게 된 분들이 있어 위로가 된다"며 "선웅이의 장기기증을 통해 많은 분들이 생명나눔에 동참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진탁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장은 "김군의 장기기증 이후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급증했다"며 "선한 이야기가 귀감이 되어 김군의 장기기증이 있던 주에만 평소 등록자보다 2배가량 많은 이들이 본부 홈페이지를 통해 장기기증 희망 등록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나무 앞에는 '뇌사 장기기증으로 고귀한 사랑을 실천하신 제주의 천사 故 김선웅님을 기리는 나무입니다'라는 문구의 표지석이 설치됐다.

참석자들은 장기기증을 뜻하는 초록리본을 나무에 걸며 김군을 떠올렸다. 아버지와 김군의 누나 역시 장기기증 서약을 한 상태여서 초록리본의 의미를 더했다.

김군의 나무 옆에는 2008년 뇌사 장기기증으로 6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권투 챔피언 고(故) 최요삼 선수의 나무가 있다.

신장이식을 기다리며 혈액투석을 하는 환자들을 위해 마련된 제주라파의집에 두 뇌사 장기기증인의 추모 공간이 마련돼 참석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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