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이크 작품처럼 정말 아름답네요. 오래 오래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3일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와 한림읍 동명리에서는 제주도와 제주시, 서귀포시, 제주연구원 제주밭담 기반구축사업단이 공동 주최한 '2018 FAO(유엔식량농업기구) 세계중요농업유산 제주 밭담길 걷기'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100여 명의 탐방객들은 마을 해설사와 함께 두 마을에 각각 조성된 '물메 밭담길'과 '수류촌 밭담길'을 거닐며 완연한 가을 정취를 만끽했다.

제주 만의 독특한 풍경인 밭담은 밭의 가장자리를 현무암으로 쌓아 올린 낮은 돌담으로, 밭의 경계를 나누는 동시에 바람과 가축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 제주인의 삶과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상징물로 꼽힌다.

특히 제주 곳곳의 밭담을 이어붙인 총 길이는 지구 둘레 반 바퀴인 약 2만2000㎞(추정) 규모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모습이 마치 검은 용을 닮았다고 해 밭담은 '흑룡만리(黑龍萬里)'로 불리기도 한다.

밭담은 이 같은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에는 국가중요농업유산, 2014년에는 FAO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의 영광을 안았다.

이에 제주연구원 제주밭담 기반구축사업단은 2016년부터 'FAO 세계중요농업유산 제주밭담을 활용한 농촌마을 6차산업화사업'을 추진 중이다. 밭담을 보전·활용하기 위해 농촌의 역사·문화·환경을 체험·홍보할 수 있는 밭담길을 조성하는 내용이다.

현재 밭담길은 물메·수류촌 밭담길을 비롯해 진빌레(제주시 구좌읍 월정리)·감수굴(제주시 구좌읍 평대리)·어멍아방(서귀포시 성산읍 신풍리)·난미 밭담길(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 등 모두 6개가 만들어져 있다.
 

이 6개의 밭담길이 조성된 뒤 처음으로 열린 이번 걷기 행사는 포크·퓨전국악 공연과 밭담길 OX퀴즈, 티 타임 등 다채로운 부대 프로그램으로 탐방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손녀들과 함께 밭담길을 찾은 제주 이주 4년차 선필선씨(68)는 "볼 수록 정말 매력이 넘친다"며 "우리집 앞마당에도 작은 밭담을 만들어 보고 싶다. 많이 즐기고, 배우고 간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인과 함께 행사에 참여한 관광객 구미정씨(63)도 "제주를 보다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면서 "다만 밭담 원형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는데, 안타까웠다. 보전을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당부했다.

마을 해설사로 나선 변중립 전 동명리 마을이장(72)은 "밭담길을 걸으면서 구전으로 내려오는 진짜 마을 이야기들을 소개해 드리고 있다"며 "밭담의 가치가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더 많은 분들이 마을을 찾아와 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현재 제주연구원 제주밭담 기반구축사업단은 밭담길이 없는 제주 남부지역(서귀포시권)에 2개, 밭담이 잘 보전돼 있는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에 1개 등 3개의 밭담길을 추가 조성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강승진 제주연구원 제주밭담 기반구축사업단장은 "제주 밭담길이 제주의 수많은 마을들의 각기 다른 다양성을 알리고, 각 지역 사회를 활성화시키는 좋은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오는 10일에는 어멍아방 밭담길과 난미 밭담길에서 걷기 행사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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