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제주산 귤이 북한으로 건너간 소식을 전해들은 강 할머니는 북에 있는 여동생 강정화씨(85)에게도 고향의 귤이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랐다.
강 할머니는 지난 8월 금강산에서 진행된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남측 참가자 중 최고령자다.
70년 만에 만남을 가진 뒤 동생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커진 강 할머니는 동생과 찍은 사진을 매일 들여다보며 그리운 마음을 달래고 있다.
딸 조영자씨(65)는 "어머니께서 금방이라도 동생이 집에 올 것 같다면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골목 앞을 서성이곤 하신다"며 강 할머니의 그리움이 얼마나 큰 지를 설명했다.
지난 상봉행사에는 음식물을 가져갈 수 없어 의약품과 생필품, 겨울옷 정도만 전달하고 왔다는 강 할머니는 이번 감귤 계기로 이산가족들의 손편지도 전달될 수 있진 않을까 기대감을 내비쳤다.
딸 조씨는 "어머니는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북측 동생에게 어떻게 하면 소식이 닿을 수 있을까만 항상 생각하고 계신다"며 "귤을 보낸 것처럼 동생에게 쓴 편지를 전달할 수 있었으면 하신다"고 전했다.
조씨는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편지를 전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었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한라산에 오게 되면 그쪽 인편을 통해서라도 꼭 어머니의 편지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 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쓴 편지에는 삐뚤삐뚤한 글씨로 쓴 동생을 향한 그리움이 뚝뚝 묻어났다.
"봉성에 느영(너랑) 감저(고구마) 파난(심은) 바띠도(밭에도) 강보게(가보게). 꼭 오라이(와라) 하영(많이) 아나주켜(않아줄게). 살집은 우리 밧끄래(바깥채) 살당(살다가) 가도 된다. 비행기표영(비행기표랑) 나가(내가) 다 허여주켜(해줄게)."
강 할머니와 딸 조씨는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인도적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점을 강조하며 당장 만남이 아니더라도 편지만이라도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랐다.
조씨는 "개별적으로 전달되진 않는다 하더라도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 그리고 제주를 방문하는 북측 사람들을 통해서라도 꼭 편지를 전달하고 싶다"며 "글씨를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어머니의 말을 편지로 옮겨서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 할머니는 "정화야, 보고싶다. 내 목소리가 작으난(작으니까) 안들리지. 시간이 급하다. 또 보고싶다"며 동생을 향한 절절한 마음을 내비쳤다.
1948년 돈 벌러 방직공장에 간다며 제주에서 육지로 떠난 열다섯살 정화씨는 그 이후로 연락이 끊겼으며, 70년 만에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생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제주에 생존하고 있는 이산가족은 강 할머니와 둘째 동생 강순여씨(82)를 비롯해 총 548명(2018년 9월 기준)이다.
(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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