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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나폴레옹의 예언과 오늘의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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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지구촌을 가장 크게 뒤흔든 사건은 무엇일까. 아마 미·중 무역 전쟁이 아닐까 싶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수출품에 대한 10% 고율 관세 명령을 거침없이 쏟아 내고 추가로 25% 관세 스케줄을 세우자, 기세당당하던 중국이 잠시 꼬리를 내리는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전쟁은 잠시 소강상태일 뿐이다.

오는 30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정상회의가 미·중 충돌의 분수령이 될 것 같다. G-20정상회의 기간 중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벌일 양자 회담에서 원만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 세계 경제는 요동칠 것이다.

GDP 규모로 본 중국의 힘을 새삼 조명해 보게 된다. 세계 모든 나라의 국내총생산을 합친 세계 GDP총액은 약 80조 달러라고 한다. 그중 미국이 약 24%, 중국이 약 15%를 차지한다. 두 나라 합치면 세계 경제력의 40%에 육박한다.

이런 판국이니 G-20국가 중에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18개국은 미·중 무역전쟁의 귀추에 안절부절못하고 눈치 살피기에 여념이 없다. 이게 오늘의 국제 현실이다.

최근 뉴욕타임스의 두 칼럼니스트가 무역전쟁의 본질을 짚어낸 논평이 인상적이었다. 13일 토머스 프리드먼의 칼럼은 무역전쟁을 중국이라는 국가와 트럼프라는 미국 정치인이 벌이는 파워 게임으로 묘사했다. 프리드먼은 중국과 트럼프에게 여러 가지 쓴 충고를 했지만 두 가지가 인상적이다. 중국에 대해서는 자유무역으로 큰 득을 보면서 기술 이전을 강제하는 등 외국의 접근에 장벽을 친 것을 꼬집었고, 트럼프에게는 미국의 성공에 기여한 이민, 동맹관계, 원칙과 규정을 무시하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

그런데 프리드먼 칼럼의 흥미로운 것은 중국인, 일본인, 유럽인이 미·중 무역전쟁을 보는 심리를 상징적으로 정리한 부분이다. 이 글을 쓰기 전에 도쿄와 홍콩 여행을 하며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를 녹여 낸 구절들이다.

그는 중국인들의 얘기를 이런 식으로 전한다.

“무역전쟁에 대한 트럼프의 기본 입장을 좀 말해 주구려. 불균형을 고치자는 거요, 우리 중국이 뜨는 걸 틀어막자는 거요? 당신네 미국인들은 너무 늦었다는 걸 모르시오? 10년 전에 했어야죠. 우리는 너무 커져서 미국이 더 이상 밀어붙이지 못할 거요.”

일본인들의 마음을 이렇게 말한다.

“트럼프가 고마워요. 이제 중국의 위협을 제대로 아는 미국 대통령을 보게 됐소. 제발 조심하시오. 중국을 너무 가까이하지 마시오.”

유럽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중국은 정보수집에 실패했소.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 그리고 유럽인들 모두 트럼프가 무역전쟁에서 중국을 실컷 두들겨 패주기를 원한다는 속마음을 몰랐다니. 하지만 제발 중국과 냉전을 시작하진 마세요. 우리가 어느 쪽 편을 들기 싫거든요.”

프리드먼이 무역전쟁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속마음은 취재했다면 어떻게 전했을까 흥미롭다. 중국 편에도 미국 편에도 서지 못하고 속 태우면서 유럽인들과 비슷한 마음을 품은 한국인 심리를 그리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또 17일 칼럼을 쓴 니컬러스 크리스토프는 중국 전문가다. 그는 미·중 무역전쟁은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서로 비슷한 성격이 대칭적으로 충돌하면서 빚어진 사건으로 본다. 두 사람의 비슷한 충동성, 국가주의 성향, 독재 욕구가 충돌하면서 국제질서를 위험하게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덩샤오핑(鄧小平)이 걷던 길을 바꿨다고 비판했고, 트럼프를 향해서는 동맹국들을 적대시하고 혼자 싸우는 꼴이라며 중국이 미국을 괴롭힐 카드는 북한제재 완화 등 수없이 많다는 점을 소홀히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니컬러스 크리스토프의 칼럼을 읽으면서, 문득 1994년 그와 중국계 아내 셔릴 우던이 함께 쓴 책 ‘중국이 깨어난다.(China Wakes)’가 생각났다. 두 사람은 1988년부터 5년간 뉴욕타임스 특파원으로 중국의 변화를 취재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기록했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경제성장이 속도를 낼 당시 중국 사회의 명암(明暗)을 죽의 장막 밖으로 생생하게 전해 줬던 역작이었다. 한국은 겨우 중국과 수교했지만 중국의 실상을 파악하지 못하던 때였다. 책에 비친 중국 사회의 모습은 마치 1970년대 한국 사회를 보는 것 같았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것은 책날개에 적혀 있는 나폴레옹의 어록이었다.

“중국은 잠자는 거인이다. 그냥 잠자게 두어라. 깨어나면 세계를 뒤흔들 것이다.”

그 후 많은 서양의 외교관과 언론인들이 이 경구를 인용하는 것을 보았다. 서양인의 심리에는 중국의 공산주의 일당 체제와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결합하여 나타날 거대 제국의 출현에 대한 두려움이 컸었을 듯싶다.

그러나 이 책을 쓸 당시 중국은 인구와 땅덩이가 넓은 대국이었지,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초강국은 아직 아니었다. 세계 GDP 분포는 미국이 27%, 일본이 17%인데 비해 중국은 1.75%로 독일 영국 프랑스는 물론 캐나다 스페인에도 밀리는 세계 10위였다. 중국을 지탱했던 건 핵보유국과 안보리상임이사국 지위 정도였다.

그로부터 24년이 흘렀다. 중국은 세계를 세게 흔들어 뒤섞고 있다. 중국은 여러 분야에서 미국의 독주 체제에 도전장을 내밀며 패권 본성을 드러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3월 헌법을 개정하여 2032년까지 최고 권력자로 군림할 수 있는 2기 집권 기반을 완성했다. 그는 두 자루의 검(劒) 즉 ‘중국제조(中國製造)2025’와 ‘일대일로(一帶一路)정책을 펼치며 ’2050년 중국천하‘를 꿈꾸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미·중 무역전쟁은 단순한 돈의 전쟁은 아니다.

미·중 무역전쟁은 어차피 벌어질 수밖에 없는 미·중 패권 경쟁의 전초전이다. 배타적 지배욕이 강한 트럼프와 시진핑의 출현으로 한발 앞당겨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정치 리더들이나 외교엘리트들이 장기적 안목을 갖고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걱정된다. <뉴스1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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