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전국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허가하자 찬반 의견이 맞서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5일 오후 도청 기자실에서 서귀포시 동홍동 헬스케어타운에 위치한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외국인 의료관광객만 진료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에 그동안 도에 조속한 개원 허가를 촉구해 왔던 인근 지역 주민들과 유관 단체들은 환영 입장을 밝혔다.

오창훈 토평동 마을회장은 "주민들이 묫자리까지 옮겨가며 부지를 내줬던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이 답보상태에 있어 참 답답했는데 최종적으로 마을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결정이 내려져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행정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며 "앞으로도 제주에 많은 현안들이 발생할 텐데, 행정은 신중한 검토를 거친 무게감 있는 판단으로 주민들을 비롯한 대내외적인 신뢰를 잃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도연 동홍동 2통 마을회장은 "당연한 수순이다. 원 지사는 머리가 많이 아프겠지만 (마을 입장에서는) 기다려 왔던 일"이라며 "이번 녹지국제병원 개원 허가로 지역에서는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기대감이 크다"고 전했다.

강영식 제주21세기한중국제교류협회 회장은 "이번 사안은 서귀포시민들의 생계 뿐 아니라 제주도의 발전, 국제자유도시로서의 국제 신인도와 직결된 문제였다"며 "(조건부 허가는) 굉장히 잘 된 일이다. 중국과의 교류 면에서도 우려요인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엽 서귀포 헬스케어타운·녹지병원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원 지사가) 도백으로서 상생을 위한 고육지책을 내놓았다고 본다. 어쩌면 당연한 결정일 수 있다"며 "앞으로도 도의 보다 소신있는 행정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반면 도내 30개 노동·시민사회·정당 단체로 구성된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이하 도민운동본부)' 측은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김덕종 도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원 지사의 영리병원 허용 강행은 숙의형 민주주의를 파괴한 행위"라며 "공공의료체계를 완전히 붕괴시키고 국민들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선봉장 역할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원 지사는 중국 투기자본인 녹지그룹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며 도민을 배신하고 도민이 부여한 권력을 남용했다"며 원 지사 퇴진 운동과 영리병원 허가 철회를 위한 투쟁을 펼칠 것을 예고했다.

강호진 도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관련 시민단체와 협의를 통해 12월 중 구체적인 세부계획을 세운 뒤 촛불집회 등을 개최할 계획"이라며 "영리병원 철회와 관련해서는 녹지국제병원 허가 과정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철저히 규명해 향후 고발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오상원 제주도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 위원은 '외국인만 진료'라는 조건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오 위원에 따르면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상 외국의료기관 설립은 제주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이 조항에 외국인만을 전용으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특별법상에 나와있지 않을 경우 의료법을 따르도록 돼 있는데, 의료법상에는 모든 병원에서 환자가 진료를 요구할 경우 거부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어 사실상 내국인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는 게 오 위원의 설명이다.

오 위원은 "이번 영리병원 허가 결정은 사실상 내외국인 모두 허용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제주도나 보건복지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