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 진료 여부가 제주에 탄생한 국내 첫 영리병원의 향후 쟁점으로 떠올랐다.

제주도가 조건부 허가한 취지에 맞게 내국인 진료 제한을 명확히 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내국인 진료까지 가능해진다'라는 주장은 현재는 영리병원 반대 진영의 논리지만 앞으로 찬성쪽의 입장이 될 수 있다. 의료민영화와 내국인 진료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내국인 진료를 거부해도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올해 1월 보건복지부는 도의 질의를 받고 "허가 조건을 이행하기 위해 내국인 진료를 하지 않는다면 진료거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도는 허가 조건, 즉 녹지국제병원이 내국인을 진료할 경우 허가 취소 등 강력한 처분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도는 조례나 시행규칙으로 미비점을 보완한다는 계획인데 내국인을 완전히 제한하기에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에 따르면 제주특별법과 제주도 보건의료특례 조례에는 내국인 진료를 제한해 외국인 전용병원으로 허가할 수 있다는 근거가 없다.

제주특별법 제309조는 '외국의료기관과 외국인전용약국에 대해 이 법에 정하지 않은 사항은 의료법과 약사법을 준용한다'고 돼있다. 정당한 사유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는 조항이다.

향후 내국인이 외국인 전용 영리병원 진료를 요구하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경우 법적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의료법에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 거부할 수 없다고 돼있는데 정당한 사유에 대한 명문화 된 규정이 없다"며 "내국인이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위법으로 판단되면 진료대상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가 공개한 지난해 12월 녹지국제병원을 놓고 열린 도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 회의록에서도 이같은 고민들을 엿볼 수 있다.

한 위원은 내국인 제한에 찬성하면서도 "지사가 결정해 행정력을 가진다면 가능은 하지만 법적 다툼에서는 대한민국 의료법 체계상 환자 진료 거부로 넘기는 어려울 것이나 정치적 상징성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령 녹지국제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막는다해도 향후 2호, 3호 영리병원이 다른 지역에서 설립될 경우 진료 범위를 확대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실제 2015년 보건복지부가 녹지국제병원을 사업승인할 당시에도 건강보험이 적용 안될뿐 내국인을 제한하지는 않았다. 내국인 제한은 제주도에서 내건 개원 조건이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는 "현재 의료법상 내국인 진료를 제한해서는 안 되지만 내국인만 제한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만약 제한하려면 외국인의료기관 설립을 담은 제주특별법을 개정해야하는데 그러한 시도도 없었다"며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않는 사기업인 녹지국제병원을 제주도가 제대로 관리 감독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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