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국제병원이 국내 제1호 영리병원으로 개원할 수 있게 됐지만 사업자인 중국 녹지그룹 측은 아직까지 어떠한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5일 서귀포시 동홍동 헬스케어타운에 위치한 녹지국제병원을 외국인 의료관광객만 진료한다는 조건으로 개원을 허가했다.

공론조사위원회의 공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중국 자본인 녹지국제병원의 개원을 허가하자 시민사회단체부터 시작해 정당, 의료계까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허가 당사자인 녹지그룹 측은 사무실부터 관계자들까지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내국인 진료는 가능하되 건강보험이 적용 안됐던 2015년 보건복지부의 사업승인과 비교해 이번에는 내국인 진료를 완전히 금지하는 조건이 붙었다.

뉴스1은 개원 허가 후 녹지측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관계자들과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아예 닿지 않거나 일부는 사직한 경우도 있었다.

녹지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날 가까스로 이뤄진 통화에서 "바쁘다. 하루종일 통화가 힘들 것 같다"며 황급히 전화를 끊은 뒤 다시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허가 발표를 앞두고 취재진이 병원을 찾았다. 주차장에는 10여대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고 병원 인근은 한산한 기운이 감돌았다.

직원 두어명이 옆문을 통해 밖으로 나와 담배피는 모습만 볼 수 있었다.

이 직원들은 병원 내부 취재를 문의하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며 "담당자에게 물어봐야한다"며 자리를 떠났다.

조건부 허가를 한 제주도조차도 녹지그룹 측과는 별다른 소통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 관계자는 "녹지쪽도 일련의 과정 속에서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입장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헬스케어타운 사업 시행자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관계자도 "녹지쪽과 이번 조건부 허가와 관련해 별다른 얘기를 나눠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녹지그룹, 공론조사도 불참 전력…"명확한 입장 밝혀야"

녹지그룹 측은 앞서 진행된 공론조사 과정에서도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녹지그룹 측은 공론조사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다. 보건복지부 허가 절차에 위법성이 없고 이전 정부와 제주도의 협력을 바탕으로 이뤄졌으므로 공론 절차는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공론 절차에는 녹지그룹과 투자 협약을 맺고 병원 준공 등을 담당해온 JDC 측만 참석했다.

녹지그룹 측의 태도에 대해 강호진 의료영리화저지 제주도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JDC 뒤에 숨어있던 녹지가 이번에는 원 지사의 발표 뒤에 숨어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은 제주도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강 공동대표는 이어 "녹지는 사업 초기 제주도와 제주 생산품 500억원 수출을 약속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일언반구 말이 없다"며 "제주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중차대한 사항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인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그동안 제기됐던 각종 의혹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입장을 밝히는 것이 도민사회와 함께 하겠다는 녹지 측의 최초 입장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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