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농가소득 5000만원 전국 최초 달성 기념행사' 추진으로 불거진 농협과 농업인단체 간에 갈등이 깊어지면서 행사 개최 당일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는 오는 11일 오전 10시 메종글래드호텔에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과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영훈 국회의원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속가능 제주농업 다짐대회'를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이 대회는 농가소득이 전국 최초로 5000만원을 넘은 것을 기념해 농업인들의 수고를 격려하고, 도와 농협이 농정협치를 강화해 지속가능한 제주농업 발전방향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농협중앙회와 도는 이 자리에서 농촌 고령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에 의한 인건비 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기계플랫폼 업무협약'을 맺고 농기계 지원을 위해 2022년까지 100억원씩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미리 밝혔다.

그런데 도내 농업인단체는 "농촌의 현실을 외면한 행사"라며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등 7개 단체는 "제주농업은 농가부채가 6500만원으로 전국 최고인데다 농가 간 소득불평등 역시 전국 최고 수준"이라며 "이같은 현실에도 기만적인 행사 강행은 제주 농민과 농협 구성원을 우롱하는 작태"라고 날을 세웠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2017년 전국 평균 농가부채는 2637만원이지만 제주 농가부채는 2.5배 수준인 6523만원으로 농가경영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여기에 성폭력 사건으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제주시 모농협 조합장의 업무 복귀와 제주감귤농협의 파행 운영까지 더해지면서 농민들의 근심이 크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이에 이들 단체는 오전 11시 오전 9시30분 같은 행사장소인 메종글래드호텔 정문에서 기념행사를 규탄할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문제는 같은 시간 농협 측 역시 같은 장소에 집회신고를 냈다는 것이다.

제주서부경찰서에 따르면 농협 측은 12월 4일부터 18일까지 24시간 내내 메종글래드 정문 좌우측 인도에 집회신고를 냈다.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공명선거 캠페인을 벌이겠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캠페인이 진행되지 않자 농업인단체들은 "집회를 막기 위해 사전에 집회신고를 선점해 헌법상 보장된 집회 시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반지성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사실상 '알박기 집회신고'를 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농업인단체는 불가피하게 장소를 옮겨 11일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메종글래드호텔 후문과 주차장 쪽에 집회신고를 냈다.

다만 기자회견의 경우 같은 장소에 집회신고가 돼 있더라도 진행이 가능해 오전 9시30분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후문쪽으로 장소를 옮겨 피켓시위를 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농협 측은 "캠페인은 행사날 진행할 예정인데 농협중앙회 회장과 제주지사의 일정 조율 문제 때문에 미리 기간을 넓게 잡아둔 것일 뿐"이라며 "농업인단체의 집회를 막을 생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제주 농가소득 5000만원 전국 최초 달성 기념행사'는 당초 10월 8일 ICC컨벤션센터에서 농업인 등을 초청해 1200명 규모로 열릴 예정이었으나 태풍 영향 등으로 인해 연기됐다.

행사 규모가 1200명에서 500명으로 축소된 이유에 대해 농협 측은 "12월은 감귤 및 월동채소 수확 등 제주지역 최대 농번기로 대규모 농업인 참여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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