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농가소득 5000만원 전국 최초 달성 기념행사'가 열린 11일 제주지역 농업인단체들이 농업 현실을 외면한 행사라며 농협중앙회를 규탄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등 7개 단체는 이날 오전 9시30분 메종글래드호텔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협중앙회는 제주농업·농촌·농협의 현실을 직시하고 농민을 우롱하는 행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제주농업은 농가부채가 6500만원으로 전국 최고인데다 농가 간 소득불평등 역시 전국 최고 수준"이라며 "그런데 농협중앙회는 전국 평균의 2.5배에 달하는 농가부채에 대해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상환에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전국 평균보다 낮은 농가수지와 소득을 초과하는 부채는 부동산시장이 침체될 경우 농가순소득만으로 상환하기 어렵다"며 "부동산가격 상승은 임대농의 생존권도 위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올해 호조세를 보이던 감귤값이 최근 급락해 감귤 농가들은 울상을 짓고 있고 월동무는 생산조절 실패로 산지폐기를 해야할 실정"이라며 "브로콜리, 양배추 농가들 역시 생산비를 밑도는 가격 하락으로 근심에 쌓여있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들에 따르면 2017년 전국 평균 농가부채는 2637만원이지만 제주 농가부채는 2.5배 수준인 6523만원으로 농가경영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여기에 성폭력 사건으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제주시 모농협 조합장의 업무 복귀와 제주감귤농협의 파행 운영까지 더해지면서 농민들의 근심이 크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제주농업·농촌·농협의 현실이 이런데 과연 농협중앙회는 무엇을 축하하고 누구를 위해 건배를 하겠다는 것이냐"며 "더이상 빚내서 살아가는 제주농민들을 우롱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Δ감귤·월동무 등 겨울철 농산물 수급대책 마련 Δ실질적인 농업수지 개선 방안 마련 Δ농가부채 해결을 위한 중장기 대책 수립 Δ감귤농협 정상화 등의 요구가 담긴 입장문을 강승표 농협 제주본부 부본부장에 전달했다.

한편 이날 행사를 앞두고 농협 측이 행사장 정문에 장기간 집회신고를 내면서 장소 선점으로 농업인단체의 집회를 막으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강 부본부장은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공명선거 캠페인을 진행하기 위해 집회신고를 낸 것"이라며 "농업인단체의 집회를 막을 생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농협중앙회 제주본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김병원 농협중앙회장과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영훈·위성곤 국회의원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속가능 제주농업 다짐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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