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소주를 먹은 부자(父子)가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여 경찰이 해당 물질에 대한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강력 세정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일 오후 7시28분쯤 제주시 용담1동에 위치한 한 주택에서 최모(71)씨가 혼자 소주를 마시던 중 복토와 구토 증세를 보였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이날 함께 집에 있던 아들(38)은 아버지가 복통 등의 증세를 보이자 확인 차 소주에 입을 댔다 혀와 입술의 표피가 벗겨지는 부상을 당해 이들 부자 모두 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에서 이들이 마신 소주를 확인한 결과 강알카리성 액체가 검출됨에 따라 경찰은 국과수에 정확한 성분 분석을 긴급 요청하는 한편, 소주의 유통 경로 파악에 나섰다.

아들의 진술에 따르면 이 소주는 최씨가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할 당시 친분이 있던 입주민 정모(52)씨가 건네준 것으로, 이미 개봉된 상태였으나 상당량이 차 있었다.

평소 클린하우스 등에서 폐수집을 하던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경비원인 최씨가 빈병 등을 모아서 갖다 줘서 고마움의 표시로 폐수집 과정에서 획득한 소주를 건넸다고 밝혔다.

최씨 또한 정씨와 평소 사이가 좋아 자신을 해칠만한 이유가 없다며 정씨에 대한 의심은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사건의 진위를 밝혀줄 해당 물질 성분 조사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4일 오후 국과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 물질은 화장실 변기 등을 닦는 용도로 사용되는 강력 세정제로 확인됐으며 농약 등 독극물은 검출되지 않았다.

경찰은 정씨가 세정제가 담긴 소주를 실제 소주로 착각해 최씨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 할 예정이다.

현재 최씨는 식도에 부상이 커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정씨와 최씨 모두 ‘나 땜에 다쳤다’, ‘피해가 가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서로를 크게 걱정하고 있다”고 전하며 “소주병에 세정제를 담아 버리면 위험할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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