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들 전원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구합니다."

검찰이 17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4·3 생존 수형인 18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재심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밝혔다.

공소기각이란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공소를 적법하지 않다고 인정해 사건의 실체를 심리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하는 재판이다. 검찰이 사실상 무죄를 구형한 것이다.

아직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4·3 수형인 사건은 70년만에 공소 기각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은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아 형사소송법 제327조에 따라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해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며 공고기각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9월3일 현창용씨(86) 등 80∼90대 고령의 4·3 생존 수형인 18명이 70년 전 군인과 경찰에 체포돼 불법 군사재판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재심을 결정한 바 있다.

이들은 1948년 가을부터 1949년 여름 사이 도내 수용시설에 구금됐다가 타 지역 교도소로 이송된 뒤 최소 1년에서 최대 20년간 수형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재심은 공소장이나 판결문 없는 재판으로 법조계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재심의 가장 큰 쟁점도 검찰이 과연 공소사실을 입증할 수 있느냐였다.

지금까지 확인된 4·3 수형인의 공소장이나 판결문, 공판기록 등이 없기 때문이다.

1948~1949년 군법회의에서 재판없는 판결로 피고인들을 수감하는 등 국가폭력을 당했다고 피고인들이 주장한 근거이기도 하다.

검찰은 기록을 보관하고 있을 법한 10여 개 기관과 각종 서적, 논문, 사료 등을 수집했으나 당시 재판 기록을 찾는데 실패했다.

검찰이 요청한 공소장 변경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공소사실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충분할 정도로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에서 공소장 변경 신청을 불허한 이상 원공소사실이 심판 대상인데 원공소사실을 알 수 없는 현 상황에서는 공소사실 특정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수형인측 임재성 변호인은 "재판부도 18명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현명한 판결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17일 이번 재심의 최종 선고를 할 예정이다.

결심 공판 뒤 존 수형인 중 한명인 김평국(88) 할머니는 취재진과 만나 "날개가 없어서 못 날 정도로 너무 반갑다"고 기뻐했다.

그는 "처음에는 부끄워서 (재심 결정)재판받으러 가면서 그냥 놀러다녀왔다고 말했다. 재심이 결정될 때는 용기가 났고 그게 잘 돼서 무죄 구형을 받으니 좋다"고 전했다.

임재성 변호사는 "(오늘 구형은)검찰이 당시 재판이 불법적이었음을 자인한 것"이라며 "검찰은 공소사실이 추상적이다, 특정할 수 없다고 해서 공소기각 판결을 내려달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사실상에 무죄 판결을 내려달라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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