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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상아(嫦娥)는 누에치러 달에 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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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옥토끼가 살고 계수나무가 있다는 생각을 하는 초등학생은 이 지구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달은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천체라는 건 천문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수백 년 전에 알려졌지만, 세상 많은 사람들은 50년 전까지만 해도 밤하늘에 뜬 달을 바라보며 신화와 생명을 넘나드는 상상을 멈추지 않았다.

달이 신화나 생명과는 무관한 암석덩어리라는 걸 확고히 사람들의 머릿속에 새겨 놓은 것은 1969년 미국의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것이 결정적 계기였던 것 같다. 달에 사람이 발을 디딘 후, 미·소의 우주탐사 경쟁은 화성 같은 태양계의 다른 별로 향했다. 뉴호라이즌스호는 1월 초 지구에서 65억㎞ 떨어진 태양계 끝자락에서 고구마같이 생긴 천체 ‘울티마 툴레’의 모습을 지구로 전송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 탐사선은 2006년 미항공우주국(NASA)이 외행성 탐사를 위해 우주로 쏘아 올렸다.

달은 한동안 우주 탐사의 주 관심 대상에서 물러나 있었다.

이렇게 물러나 있던 달이 2019년 갑자기 세계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3일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4호’(嫦娥4號)가 달에 착륙했기 때문이다. 50년 전 이미 미국이 달에 사람을 보냈는데, 이제 와서 중국이 사람도 태우지 않은 무인 우주선을 달 표면에 착륙시킨 것을 놓고 미국을 비롯한 과학 선진국들이 획기적인 쾌거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이 달 탐험의 기록을 깼기 때문이다. 창어4호는 달의 뒷면에 착륙했다. 이 일은 우주탐사 선진국인 미국과 러시아도 하지 못했다.

달의 앞면이 평탄한 지형인 반면 뒷면은 거칠고 분화구가 많다. 달의 생성 역사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이곳의 토양을 샘플로 채취해서 연구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중국은 창어4호에 무게 140㎏짜리 로봇 수레 ‘위투(玉兎)-2’를 실어 보냈다. 이건 일종의 로봇 자동차다. ‘위투’라는 이름은 중국 신화에 나오는 옥토끼에서 유래했다. 위투-2는 탐사선에서 분리되어 토양과 광물 성분 분석을 하는 등 각종 실험을 하게 된다.

달의 뒷면은 언제나 지구와 등지고 있기 때문에 지구에서 볼 수도 없고 직접 통신도 불가능하다. 창어4호가 찍은 달의 뒷면의 모습이나 위투-2가 수집한 토양 자료는 중개 없이 지상에서 받아볼 수 없다. 중국은 지구와 달 뒷면의 통신을 중개해주는 통신 중계 위성 췌차오(鵲橋·오작교)를 작년 5월 미리 발사, 달에서 6만 5000㎞ 떨어진 곳에서 창어4호와 지구와의 교신을 중계한다.

중국인들은 창어4호의 달 착륙에 환호하고 있다. 그 환호는 국가 대항 스포츠에서 승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국민적 자부심이다. 한 나라의 과학기술을 말할 때 항공우주 분야의 기술이 그 최고 지표가 되는 것이 보통이다.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보다 한참 뒤늦게 우주탐사를 시작했고 태양계 탐사에서 미국에 한참 뒤졌지만 2003년 최초 유인 우주선을 쏘아올린 뒤 11명의 우주인을 우주선에 태워 보낼 정도로 우주탐사기술을 발전시켰다.

창어4호 프로그램 중에 아주 특이한 것은 달 표면에서 감자를 키우고 누에를 치는 일이다. 창어4호는 파이프 모양의 ‘마이크로 생태계’를 싣고 가서 달 표면에 내려놓았다. 이 파이프에는 감자씨, 아기장대씨, 누에고치알, 지구의 흙, 물, 공기와 카메라 등 과학기자재가 담겨 있다.

이 마이크로 생태계의 온도는 섭씨 1~30도를 유지한다. 감자가 싹을 틔우면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배출하고 누에씨가 부화해서 애벌레가 되면 이 산소를 호흡하여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산화탄소는 감자 잎을 자라게 하는 영양소가 된다. 이렇게 특수 파이프 안에는 작은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다.

달의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이고, 낮과 밤의 표면 온도 차는 섭씨 250도 이상이다. 이런 극한 상황으로 둘러싸인 마이크로 생태계 안에서 어떻게 식물이 싹을 틔우고 누에고치가 알을 깨고 나오는지를 카메라가 관찰하며 지구에 그 모습을 전송하게 된다.

이 생태계 실험이 제대로 작동하면 마치 영화 ‘마션’(Martian)에서 보았듯이, 달에서 감자가 자라고 누에가 알에서 깨어 자라는 모습을 이 지구촌 사람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생생하게 보게 될 것이다. 지구에서 300㎞ 떨어진 우주정거장에서 식물을 키우고 꽃을 피게 했던 사례는 있지만, 38만㎞ 떨어진 달 표면에서 동식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실험한 적은 없다. 달 식민지나 화성 식민지를 꿈꾸는 인류에게 이 실험이 줄 시사점도 크지만, 이 실험이 지구에 사는 사람들에게 어떤 혜택을 줄지도 관심거리다.

중국의 달 탐사가 부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그러나 축하할 만한 과학적 쾌거이다. 불사약을 훔쳐 먹고 달로 달아나서 옥토끼와 계수나무를 벗 삼아 살았던 선녀 ‘상아‘(嫦娥)는 21세기에 로봇 달착륙선으로 변신하여 달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감자를 재배하고 누에를 친다.

과학은 순수하다. 그러나 과학은 정치의 캡슐 안에서 쉽게 괴물로 변했다. 중국인들이여, 아름다운 선녀 ‘상아’를 괴물로 만들지 말기 바란다. <뉴스1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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