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을 놓고 국내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우회투자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이하 본부)는 15일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지국제병원 허가 과정에서의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본부에 따르면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조례상 제주에 외국 의료기관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사업시행자의 유사사업 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있어야 하지만 녹지그룹의 경우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본부가 윤소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일부 사업계획서에는 의료기관 네트워크인 '중국 BCC'와 '일본 IDEA'와 업무협약을 했다는 내용이 전부다.

녹지그룹 측은 환자송출과 사후관리 경험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국회와 제주도의회를 통해서도 사업계획서 전부를 제출받지 못해 사실 확인이 어렵다는 게 본부의 토로다.

본부는 또 환자 유인알선과 사후해외치료서비스를 맡기로 한 BBC와 IDEA에 한국 의료진과 의료기관이 핵심적으로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본부가 수익을 배당받을 수 있는 핵심으로 꼽은 인물은 '전 BK성형외과 원장인 H씨'다.

본부에 따르면 현재 중국 BCC 소속 병원 중 가장 규모가 큰 상해서울리거병원 총 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녹지국제병원 사업 승인 1년 전인 2014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주 헬스케어타운에 들어설 항노화 전문병원의 컨셉 설계에서 운영까지를 전담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보톡스 회사인 휴젤의 창업자이기도 한 그는 2016년 병원경영지원사업 전문회사인 서울리거를 인수했으며, 일본 IDEA 의료 네트워크 중 하나인 동경미용외과에 의료 자문의로도 위촉돼있다.

본부는 "동경미용외과 병원장이 상해서울리거 소속 의사인데다 홈페이지에 '서울리거병원의 일본대표'라고 밝히고 있는 점은 H씨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사실을 더욱 명확히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해서울리거병원 피부과 원장이자 강남 소재 서울리거병원 원장을 맡고 있는 S씨는 당초 녹지병원 병원장으로 소개됐던 전 미래메티컬센터 대표 K씨가 운영하는 미래의료재단 리드림의원 원장으로도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본부는 "녹지병원이 병원사업 경험이라며 밝힌 의료기관 네트워크 비씨시와 이데아 모두 H씨가 관련돼 있다"며 "결국 국내 영리병원의 꿈을 키워온 국내 의료진과 국내 법인들이 외국자본이라는 탈을 쓴 비비씨와 이데아의 핵심 실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국내 의료진과 의료기관의 영리병원 우회진출을 금지하는 제주도 조례 15조 2항의 명백한 위반"이라며 "녹지병원 허가 선례는 향후 무늬만 외국자본 성격인 국내 자본의 영리병원 설립 허가의 길을 터주는 교두보가 되고도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본부는 앞으로 사업계획서 전부 공개 청구 소송과 더불어 영리병원 승인 허가 취소처분 행정소송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