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리는 2009년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사건 피고인 박모씨(49)가 경찰과 검찰의 끈질긴 수사 끝에 사건 발생 10년 만에 재판에 넘겨졌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강간살인)로 박씨를 구속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박씨는 2009년1월31일에서 2월1일 사이 이모씨(당시 27·여)를 택시에 태워 목졸라 살해한 뒤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 인근 배수로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사건이 일어난 2009년 2월에도 경찰이 지목한 유력한 용의자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범행 시간을 특정하지 못했고 박씨를 범인으로 입증할 뚜렷한 증거가 없어 풀려났다.

정확한 범행 시간도 추정하지 못한 채 사건을 종결했던 경찰은 2015년 일명 '태완이 법' 이후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됨에 따라 2016년 3월 장기미제사건 전담수사반을 꾸려져 재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동물 사체 실험을 통해 9년 만에 범행 시간을 특정 짓고 당시 피해자가 입었던 옷의 미세섬유가 박씨의 옷에서 발견됐다는 점 등을 근거로 2018년 5월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이 직접 증거로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시키면서 박씨는 다시 풀려나게 됐다.

이후 검찰은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경찰과 수시로 만나 구속영장 기각 이전에 확보된 증거의 신빙성 및 그 증거를 토대로 구성한 사실관계를 전면 재검토했다.

특히 사체와 차량에서 확보된 섬유와 관련된 미세증거의 신빙성을 재검토하고, 범행 경로 주변의 CCTV 정밀 분석 등 과학수사를 통해 증거를 보강했다.

국립과학수사원의 재감정을 통해 피해자의 치마에 묻은 박씨의 바지 섬유 증거를 추가 확보했고, 박씨가 몰았던 택시 운전석과 트렁크에서 피해자의 치마에서 나온 섬유질과 같은 섬유증거도 추가 확보했다.

경찰은 7개월간 추가 증거를 확보한 끝에 2018년 12월 21일 육지에 있던 박씨를 다시 구인하고 구속영장을 재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담당검사가 직접 구속 전 피의자 심문 기일에 참석해 혐의 소명 및 구속 필요성을 강조하며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결국 법원이 사안이 중대하고 범죄 혐의를 소명할 증거가 추가된 점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박씨는 사건 발생 9년10개월 만에 수감자 신세가 됐다.

경찰은 같은달 28일 기소의견으로 박씨를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6차례 피고인 조사 등 보강수사를 벌인 뒤 지난 15일 법원에 박씨를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계속해서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검사가 공판에 직접 관여해 법의학자, 법과학분석관 등 전문가들의 증언을 적극적으로 법정에 드러낼 계획"이라면서 "철저한 공소유지를 통해 피고인에게 그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검찰은 향후 피해자 유족을 대상으로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심의회 특별 결의를 통해 위로금을 전달하고, 심리상담전문가 및 병원을 통한 심리치료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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