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들에 대한 공소를 모두 기각한다."

"아…!"

17일 오후 1시41분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

제갈창 재판장이 제주4·3 생존 수형인 18명의 내란실행·국방경비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리자 법정에는 나즈막한 탄성과 함께 큰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제주4·3 당시 군·경에 의해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군사재판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할 수밖에 없었던 지난 71년의 한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선고가 끝나자 4·3 생존 수형인들은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한 서린 눈물로 축하를 대신했다.

"이제 편히 눈 감을 수 있겠다"던 한 4·3 생존 수형인의 말은 주변을 온통 눈물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연로한 탓에 재판장의 주문을 제대로 듣지 못한 4·3 생존 수형인들은 그동안 재판을 도와 온 임재성 변호사의 "무죄 보다 더 좋은 판결이 나왔다"는 한 마디에 그제서야 기도를 올리며 마음 속 응어리를 지워냈다.

법정을 빠져 나와 가족들로부터 꽃을 전달받은 4·3 생존 수형인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선고 직후 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전하는 목소리에도 힘이 넘쳤다.

전주형무소에서 수형생활을 했던 김평국 할머니(89)는 "집에 가서 소주 한 잔 하려고 한다"고 웃음지으며 "빨간줄 없는 자유의 몸이 돼 얼마나 속이 시원한 지… 마음이 후련하고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박동수 할아버지(86)는 "70여년 전 아무런 죄 없이 인천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던 기억은 가슴에 평생 한으로 남아 있다"며 "오늘 판결로 제2의 인생이 시작된다. 오늘을 잊지 않겠다"고 벅찬 심경을 전했다.

양근방 할아버지(86)는 "우리가 오늘 좋은 판결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많은 도민들의 성원 덕분"이라고 인사하며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역사의 아픔이 오늘로서 사라지길 바란다"고 소망을 밝혔다.

이날 공소 기각 판결로 사건을 마무리 한 임재성·김세은 변호사는 '할망, 무죄!', '하르방, 무죄!'라는 글귀가 적힌 피켓을 흔들며 4·3 생존 수형인들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

제주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는 기자회견에서 "왜곡된 4·3 역사를 바로잡은 역사적 판결을 환영한다"며 정부의 사과와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거듭 촉구했다.

이들은 17일 오전 10시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해 4·3영령에 참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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