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제주경제 전 분야가 침체에 빠지면서 도민들의 불안감이 적지 않다. 제주경제의 두 축인 관광과 농업이 모두 위축된데다 신성장산업 활성화 등 관련 정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경기가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뉴스1은 제주경제를 이끄는 리더들을 만나 현재 처한 상황과 타개책 등을 짚어본다.
 

김영진 제주도관광협회장은 내외국인 관광객 감소 등으로 인해 위기에 직면한 제주 관광업 재정비를 위해서는 제주도 관광국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뉴스1 제주본부와 가진 인터뷰에서 관광객 급증으로 인해 예견된 부작용에 대해 행정이 선제적 조치를 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중추 역할을 하는 기관단체들이 효과적으로 관광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업무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업계가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강력한 지도점검과 체감효과가 큰 당근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협회에서는 관광산업 생태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조사연구기능을 강화해 업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

-올해로 취임한 지 8년째다. 지난 재임기간 중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무엇이고 앞으로 중점을 둘 부분은.

▶취임할 때만 해도 협회 회원사 수는 640개였다. 제대로 관리가 안 되다보니 회원사들의 불만도 많고 직원 급여가 밀릴 때도 많았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자생력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직접 회원사들을 방문해 협회 역할을 설명하고 회원사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회원 증강 사업을 계속했다. 그 결과 현재 1000여개가 넘는 업체가 진성회원사다. 90% 회비 징수는 사실 어려운 일이지만 회원사들이 책임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관광객 수가 감소한데다 과잉공급으로 인해 사업체들이 힘들어져서 회원 증가율을 유지할 수 있을 지 걱정하고 있다. 도에서 보조를 받지만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사업들을 중단하거나 취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직원들에게 전사적 자세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변화를 추구하고 혁신하자고 얘기했다.

올해 협회는 도내 관광산업 생태계를 변화시키는데 중점을 두려고 한다. 관광사업체를 대상으로 현안 문제를 조사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게끔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책기획실을 조사연구실로 명칭을 바꾸고 조사연구원도 채용했다. 관광은 트렌드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이걸 읽어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드 문제가 관광사업체에 직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제대로 파악해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관광은 제주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핵심산업이다. 그런데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뚝 떨어진데다 내국인 관광객 마저 감소하면서 업계의 타격이 크다.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현재 제주는 제2공항, 영리병원 등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데 관광 접점에 있는 사람으로서 우려가 많다. 갈등요소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곳은 관광객이 증가할 수 없다. 제주도는 가격 경쟁력에서도 타 지역에 비해 굉장히 취약한데다 관광객을 유인할 만한 것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관광지 선호도 조사에서 단연 1위를 하던 제주가 지난해 강원도한테 밀렸다. 이런 사태를 야기한 것은 업계의 잘못이 있지만 첫번째는 행정의 잘못이 크다. 변화 트렌드를 전혀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광객이 증가하면 상·하수도와 쓰레기 문제는 당연히 따라오는 것 아니었겠느냐. 수입이 늘어난 만큼 인프라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여태 손을 놓고 있었다. 바다에는 똥물이 나온다고 하고 중국인 강력범죄 문제까지 부각되면서 아마도 다른 지자체들은 즐기고 있을 것이다. 비행기 타고 오려면 좌석이 없다고 하고 가격은 동남아랑 견줘봐도 차이가 없다. 사회적 갈등이 워낙 심화된 지역이다보니 외부에서 봤을 때는 불안감을 느낀다. 이 모든 것들은 '예견된 부작용'이었다. 관련 기관단체들이 모여서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문제다. 그런데 그동안에는 소통을 찾아볼 수 없었다. 환경기여금 도입 문제만 해도 우리(협회)는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 정작 환경기여금을 징수해야 할 관광업체들과는 사전 논의도 없었던 것이다. 관광객이 줄어드는 시점에서 이런 문제는 민감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한쪽에서는 관광객이 없다고 하고 또 한쪽에서는 오버투어리즘을 얘기한다. 행정에서 정책방향을 어떻게 잡고 가느냐에 따라서 관광사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재 제주는 오버투어리즘 수준은 아니다. 다양한 시각이 있겠지만 지역주민이 관광객들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건데, 이는 쉼을 찾아 제주에 온 이주 인구가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리적인 측면에서 도민 공감대 형성에 대한 부분도 부족했다. 중추 역할을 하는 기관단체들이 소통하면서 방향을 잡아줬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반성하는 부분이다.

과거 우근민 지사 시절 외국인 관광객 200만명을 유치하겠다고 공약했는데 마침 그때가 중국인이 들어올 때였다. 공무원들이 지사 공약 맞추느라 특정 대형여행사를 엄청 키워줬는데 결과는 어땠나. 시장질서를 흩트리고 독점적 체계를 굳혀서 중국인이 아무리 늘어도 지역업체는 그다지 혜택을 못봤다. 숙박 같은 경우 공급과잉이 불보듯 뻔했는데 투기화되는 걸 막지 못했다.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숙박관리시스템 일원화가 절실하다고 2~3년 전부터 얘기했지만 계속 안됐다.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서 마련된 게 양 행정시에서 불법숙박업소를 단속하는 수준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제주관광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제주도 관광국과 제주관광공사, 제주도관광협회가 각각 어떤 부분을 주력해서 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제주도는 전국 최초로 관광국이 신설됐지만 컨트롤타워 역할을 못해주고 있다. 공사와 협회의 관리감독 기관이니까 업무 분담을 제대로 조정해줘야 한다. 공사에서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걸 협회가 하고, 협회에서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걸 공사가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비즈니스마케팅은 사업자의 범위이기 때문에 협회에서 해야 한다. 해외 설명회를 가더라도 사업자가 직접 참여해야 상품을 제대로 설명하고 10개 구입하면 1개 더 붙여주기도 할 수 있다. 물론 공사에 맡겨서 더 큰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고 하면 당연히 반납할거다. 효율적이고 공정한 업무 재배치를 위해 도-도의회-공사-협회가 모여 논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점도 발생할테지만 평가시스템을 만들어서 유기적으로 업무를 배분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무관심하고 의지가 없어보인다. 인사 때 자리를 옮기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관광국이 기피부서가 아니라 유능한 공무원들이 와서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말로만 '위기'라고 얘기하지 말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관광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대응력과 자생력이 부족해보인다. 다. 이 문제를 어떤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업계의 경쟁력 강화라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제주도에 관광산업 비중이 70%나 차지하는데 관광서비스업종과 건설업종의 임금을 비교했을 때 절반 수준이다. 그러니까 제주지역 대학에 관광관련학과가 있어도 제주에서 취업을 안하고 육지로 가는거다. 대게 큰 업체의 소유주들은 제주에 살지 않고 총지배인한테 맡기고 수익을 내는 게 목적이다. 매출을 많이 올려야 하지만 지출도 줄여야 한다. 그러니 임금이 좋아질 수가 없다. 일자리 일자리 얘기하는데 고용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자연스레 인재가 머물게 될 것이다.

또 여행사도 강력하게 지도점검을 해서 우수한 여행사에는 인센티브를 주고 그렇지 않은 곳들을 과감하게 퇴출시키는 작업도 해야 한다. 현재 등록제도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 1인 사업장이나 온라인 여행사도 많은데 이런 곳에서 손님 돈 받아서 잠적해버리면서 제주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다. 두 번 다시 그러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제재하고, 전문성을 가진 업체를 양성해야 한다. 예를 들면 허니문 전문, 패키지 전문 등 세분화하도록 유도하고 제대로 운영되는 곳들에 많은 지원을 해줘야 한다. 그래야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려고 노력할 것이다. 현재 우수관광사업체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 업체들이 불만 목소리를 많이 낸다. 지정되면 각종 회계자료를 제출하라고 해서 하루종일 매달려서 제출하는데 혜택은 고작 몇십만원이 전부다. 홍보마케팅을 해준다는데 도청 홈페이지 올리는 것밖에 없다. 마케팅 체감 효과를 키워야 한다. 대신 지정을 남발하지 말고 숫자를 줄여야 한다.

협회에서는 올해 지역에 있는 업체가 주도권을 가지고 관광산업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도민주도형 사업을 진행하고자 한다. 그동안 시범사업으로 운영했던 1·2·3차 산업 융복합 관광상품 개발사업의 일환인 '팜팜버스'가 그 중 하나다. 마을에서 관광상품을 만들어오면 방법을 개선해서 여행사와 매칭을 시켜주는 방식이다. 마을과 여행사가 동시에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해마다 진행하고 있는 공모전을 키워서 아이디어가 좋은 창업자들의 판로를 열어주는 계획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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