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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성판악 갓길 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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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5·16도로에서 가장 높은 곳의 해발 고도는 750m이다. 바로 이 지점이 한라산 백록담 정상으로 등반하는 ‘성판악 코스’의 시작점이다. 5·16도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길은 이곳에서 남북 방면으로 높은 경사도에 급커브가 이어진다. 이곳을 지나는 운전자에게 또 하나의 스트레스를 주는 현상은 갓길 주차이다. 2차선 도로의 양쪽 좁은 갓길은 수백 대의 자동차가 하루 종일 빈틈없이 주차되어 있다. 어떤 차들은 바퀴가 차도로 삐죽이 튀어나와 있다. 이곳을 지나갈 때 반대편 차도에서 자동차가 나타나면 극도로 신경이 쓰인다. 버스라도 나타나면 공포감마저 느낀다.

갓길을 하루 종일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들은 등산객들이 주차한 차량이다. 대부분 렌터카다. 이곳서 한라산 정상을 올라갔다오려면 예닐곱 시간은 족히 걸릴 것이니 주말이면 성판악 코스 입구의 5·16도로 갓길 1~2㎞는 자동차로 꽉 차 버린다. 이런 현상이 생긴 건 꽤 오래 됐지만 교통당국이나 행정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 이렇게 위험한 도로 상태를 그대로 방치하는 제주도청이나 경찰당국은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만약 사고만 없다면, 관광객은 편해서 좋고 행정당국이나 경찰은 귀찮은 실랑이를 하지 않아서 좋을지 모른다. 이 도로를 이용하는 주민들의 입장에서도 잠시 불편하기는 하지만 으레 그러려니 하고 이곳을 지나다닐 때만 신경을 더 쓰며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갓길은 갓길의 본래의 취지, 즉 도로교통법에 맞게 써야 한다. 일반 자동차가 갓길에 주차할 수 있는 경우는 고장이나 사고가 났을 경우 대피할 때이다. 하루 종일 자동차를 세워놓고 등산하라고 만들어놓은 시설이 아니다.

교통질서는 시민의식의 기본이다. 한라산에 오르면서 갓길에 주차하는 것쯤은 용서받을 수 있는 관광지에서의 일탈로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쓰레기를 배낭에 담고 내려와서 처리하는 시민의식이 일반화됐다. 이런 시민의식이라면 한라산 도로의 갓길에 주차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민의식보다 앞서야 할 일은 행정 당국의 서비스 개선과 경찰의 단속이 병행하는 것이다. 제주도가 과잉관광으로 몸살을 않게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쓰레기, 범죄와 함께 교통문제는 제주도가 안고 있는 과잉 관광의 전형이다. 5·16도로의 갓길 주차는 아주 사소한 문제이지만, 제주도의 과잉관광 문제를 시범적으로 해소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방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해발 750m의 도로가 주차한 자동차로 덮이는 것은 교통사고 및 체증의 문제를 넘어 아름다운 자연의 미관을 해치는 행위이다. 더구나 제주도 주민들이 한라산을 ‘영산(靈山)’이라고 부르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제주도는 한라산 등산객이 자동차를 몰지 않고 성판악코스에 접근하기 쉽게 대중교통 서비스를 확충하고, 등산을 위한 갓길 주차를 금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형사고가 난 후에야 허둥지둥 대증요법으로 대처할 게 아니라 긴 안목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과잉관광으로부터 한라산을 아름답게 지키고, 제주도의 교통질서를 유지하는 일이 성판악 갓길에서 시작하여 제주도 전역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뉴스1 고문>

성판악 코스의 5·16도로 갓길에 주차한 등산객 차량©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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