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야, 사랑해. 이제 우리 영주 친구가 생기겠구나.”

우리나라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서 태어나 줄곧 섬을 지켜온 김영주(13)군의 졸업식에는 비록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었지만, 수십 명의 주민들이 김군의 곁을 지켰다.

5일 오전 11시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의 유일한 재학생인 김영주군의 졸업식이 열렸다.

2014년 이후 2년 만에 졸업생이 배출되자 마을이장을 비롯해 노인회장, 청년회장, 주민자치위원장, 마라리 등대소장까지 30여명의 주민들이 학교에 모여들었다.

강학윤 가파초 마라분교 교장은 “최남단 학교에서 졸업을 맞이하는 영주는 친구도, 선후배도 없이 홀로 외롭게 생활했다”며 “그렇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국토 최남단 학교를 잘 지키고 떠난다는 뿌듯한 마음을 갖고 있으리라 여겨진다”고 말했다.

강 교장은 이어 “다만 아쉬운 점은 오늘 영주가 졸업하고 나면 당장 마라분교에 재학생과 신입생이 한 명도 없어 어쩔 수 없이 휴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1~2년 안에 다시 학교에서 어린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들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 교장의 말대로 졸업식이 끝나는 이날부터 마라분교는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어 1년간 휴교에 들어간다. 1958년 가파국민학교(현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장으로 개교·설립 인가를 받은 이후 58년 만에 처음으로 발생하는 일이다.
 

‘유일한 졸업생’이자 ‘휴교 전 마지막 졸업생’이라는 주위의 관심이 부담스러운 듯 고개를 떨군 김군은 “한글도 모른 채 마라분교에 입학했다”면서 지금까지 마라분교를 거쳐간 강홍선, 고숙이, 김진애, 오동헌, 현도현 선생님을 일일이 떠올렸다.

김군은 이어 “6년동안 배멀미를 하면서도 한결같이 배를 타고 오셔서 가르쳐주신 원어민선생님과 방과후 선생님께도 정말 감사드린다”며 “이 모든 고마우신 분들을 가슴깊이 새기면서 어디를 가서도 자랑스러운 제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김군은 “친구가 없어 외로울 때 친구가 되어주신 학용이 삼촌, 등대삼촌들, 마라초소에서 근무했던 형들도 고맙다”며 이웃들을 향한 감사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

김군의 어머니이자 마라분교의 보조교사로 근무한 김은영(47)씨는 “이곳(마라분교)에서 입학을 했고 졸업도 여기서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이제 영주가 많은 친구들과 함께 논다고 생각하니 기쁘다”며 졸업식 내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60년대 마라분교를 졸업한 김종신 마라리장은 “놀아주는 애도 없고, 싸워주는 애도 없고, 함께 울어주는 친구도 없어서 영주가 얼마나 외로웠겠느냐”며 “지금까지 없었던 친구를 중학교에 가서 많이 사귈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마라분교의 1년간 휴교로 더 이상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 가운데, 다행히 2017학년도 입학할 예정인 어린이(현재 7세)가 마라도에 거주하고 있어 폐교는 염려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마라도의 미취학 아동은 총 5명으로, 7세 인영양, 6세 샤인양, 5세 유준 군, 4세 우주군, 2세 예지양 등이 있다. 이 중 인영·유준·예지는 남매이며, 우주군은 이날 졸업한 김군의 동생이다.

한편 마라분교는 1980년대까지 학생 수가 20여 명이었지만 1990년대 들어 한 자릿수로 줄었고, 1995년과 2000년, 2007년, 2014~2015년에는 전교생이 1명뿐인 ‘나 홀로 학교’로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