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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마스크 낀 5000만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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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왜 안 끼셨어요?” 빌딩 현관을 들어서니 낯익은 관리인이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다. “마스크 잘 끼고 다니세요.” 나에게 전할 얘기가 있어 카톡 대화를 하던 여대생이 보낸 메시지의 말미 내용이다.

미세먼지와 마스크로 인사말이 시작됐다. 미세먼지와 마스크는 지난 일주일 동안 모든 사람들의 대화 소재였다. 초등학교 교실에서부터 청와대 대통령집무실까지 미세먼지 비상이다.

‘미세먼지 정국’의 시작을 알리듯 여야는 미세먼지를 놓고도 공방이 치열하다. 미세먼지 관련법규 수십 개가 국회상임위원회에 올라간 지 오래됐지만 국회의원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미세먼지의 3월 폭격을 받고야 임시국회에서 처리를 한다고 부산하게 움직인다. 부실처리가 우려된다.

미세먼지 재난 문자가 쉴 틈 없이 스마트폰을 울리던 어제, 서울 인사동 거리에는 마스크를 낀 사람이 끼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많았던 것 같다. 이쯤 되면 ‘미세먼지 재앙’이란 표현이 지나치다고 할 수 없다.

이제 마스크는 한국인의 필수 휴대품이 되어간다.

‘네이버’와 ‘다음’ 포털 사이트에 ‘공기정화마스크’라는 말을 쳐 넣어 보았다. 수많은 종류의 마스크 이미지와 정보가 모니터에 가득히 쏟아졌다. 가격이 10만원에 육박하는 마스크도 보였다. 마스크에 내장된 전동기로 공기를 정화해주는 제품이다. 놀랍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공기 청정기가 집안에서 쓰는 단순한 가전제품이 아니라, 얼굴에 달고 다니는 휴대 전자제품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 3년 후, 5년 후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마스크들이 나오지 않을까.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릴수록 마스크 매출은 쑥쑥 늘어날 것이다. 디자이너들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하얀색과 검은색이지만 앞으로 마스크의 색깔도 무늬도 더 다양해질 것이다. 마스크는 매출이 늘어나면서 중요한 패션 제품이 될 것이다.

마스크 모양도 달라질 것이다. 마스크가 전자제품이 되면 방독면과 같은 모양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아침에 종로나 여의도 빌딩은 각양각색의 미세먼지 방지 마스크를 쓴 직장인들이 출근하는 기괴한 광경이 벌어질지 모른다. 지금 생각하면 이상할지 모르나, 그때가 되면 그게 일상이 될 수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방독면이 품질경쟁을 하면서 사치품으로 진화할 가능성이다. 지금 이미 그런 기미가 보인다. 품질경쟁은 가격인상을 부르게 되며,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품질이 우수하고 모양 좋은 마스크를 사주려고 할 것이다. 유행에 민감한 아이들은 마치 운동화를 고를 때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듯이 비싼 브랜드의 마스크를 원할 것이다.

미세먼지 위성사진을 보니 중국대륙에서 한반도 상공까지 벌겋게 미세먼지층이 덮여 있다. 한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주 원인은 화력발전과 자동차 운행, 그리고 산업 활동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20년 전 중국의 자동차 운행대수는 한국의 자동차 1500만 대와 엇비슷했던 것 같다. 지금 중국 거리를 누비는 자동차는 3억대로 집계된다. 중국도 성인마다 자동차를 소유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미국에서 일어났고,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이렇게 늘어나는 자동차가 내뿜는 미세먼지는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흘러올 것이다.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지 않을까.

국민 5000만 명이 마스크를 끼고 살아가게 된 나라. 꽃샘추위도 없이 4월보다 따뜻한 3월에 어쩐지 불길하고 불안한 생각이 떠오른다. <뉴스1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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