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봄비도 전 국민의 염원을 담은 거대한 들불을 막지는 못했다.

제22회 제주들불축제 셋째날인 3일 오후 애월읍 새별오름에서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놓기가 화려하게 펼쳐졌다.

원희룡 제주지사, 고희범 제주시장 등 내빈과 관람객 200여 명이 횃불을 들고 오름 앞으로가 차례로 12간지를 상징하는 12개의 달집에 불을 붙였다.

달집에는 관람객들의 소망을 담은 소원지를 달아 불꽃과 함께 하늘로 올려보냈다.

이날 오후부터 빗줄기가 점점 굵어져 불놓기는 애초 예정된 오후 8시40분에서 7시30분으로 약 1시간 앞당겨졌다.

'정상적으로 불꽃이 타오를까' 하는 우려는 잠시였다. 횃불은 순식간에 달집을 태워 불은 오름 전체로 퍼졌다.

새별오름이 거대한 화염 덩어리로 변하며 '2019 제주 들불축제'라는 글씨가 뚜렷하게 새겨졌다. 여기 형형색색의 불꽃놀이가 더해지며 장관을 연출했다.

관람객들은 붉게 타오르는 오름을 보며 한해 액운을 막고 소원이 성취되길 빌었다.

1997년 시작된 제주들불축제는 옛 제주 목축문화인 들불놓기(방애)가 기원이다.

새봄이 찾아올 무렵 소와 말의 방목지에 불을 놓아 진드기 등 해충을 없애 가축에게 먹이기 좋은 풀을 얻고, 불에 탄 재는 비옥한 땅을 만드는 데 사용한 조상들의 지혜에서 유래했다.

제주들불축제는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최우수축제로 선정됐고 2016년부터 4년연속 대한민국 축제콘텐츠 대상을 수상하는 등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자리 매김했다.

한편 지난 7일 개막한 축제 마지막날인 10일에는 최대 80mm(산지에는 150mm 이상)의 많은 비가 예보, 예정됐던 새봄 새희망 묘목 나눠주기 등 모든 행사가 전면 취소됐다.

들불축제는 특성상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 연기된 적은 가끔있다. 2009년에는 강풍으로 2012년에는 폭설로 축제 기간을 연장해야했다.

구제역이 전국을 강타했던 2011년에는 행사가 완전히 취소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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