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파업을 하루 앞두고 제주도와 노사가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 파업 위기를 넘겼지만 '도민의 발'인 버스 노사 갈등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과제를 남겼다.

13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제주버스운송사업조합과 각 회사 버스 노조는 지난해 11월27일부터 올해 2월 11일까지 총11차례 걸쳐 단체교섭을 했지만 결렬됐다.

이 과정에서 제주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6일 준공영제 버스노조가 신청한 노동쟁의 조정에 "노동쟁의로 볼 수 없어 조정 대상이 아니며 노사가 성실히 교섭해 원만한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을 권고하는 행정지도를 결정했다.

아울러 지노위는 노조가 파업하는 것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5조 제2항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사 협상의 최대 쟁점은 주52시간 변경으로 인한 근무시간 조정이다. 노조측은 현 근무일수를 한달 14일에서 11일로 축소하고 인력 확충을, 사측은 탄력근로제 적용 등을 요구했다.

임금의 경우 노조는 10.9% 인상, 사측은 공무원 임금 인상률인 1.8%를 제시하며 맞서왔다.

결국 도내 8개 버스 노조로 구성된 제주연합버스노조는 지난 7일 오전 5시부터 8일 낮 12시까지 8개 지부 조합원 1303명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해 96% 찬성률(찬성 1245표·반대 50표·무효 2표·기권 6표)로 가결시켰다.

양측의 협상을 지켜보던 제주도는 노조가 파업을 예고하자 뒤늦게 '참관인'이라는 자격으로 지난 11일부터 협상에 뛰어들었다. 말이 참관인이지 제주도가 버스 회사에 지급하는 지원금 규모를 생각하면 사실상 '제주도 대 노사' 협상이나 다름없다는 시선도 나왔다.

◇퍼주기 논란 준공영제 도입 1년만에 파업 위기
지난 12일 저녁 늦게 탄력근로제 적용과 임금 1.9% 인상, 무사고 수당 신설, 종점 화장실 및 휴게실 설치 등을 골자로 한 협상안이 타결됐지만 버스 회사 퍼주기 논란까지 일으키며 준공영제를 도입한 제주도는 이번 버스 파업 사태에 적잖이 당황한 눈치다.

제주도는 2017년 대중교통체계 개편의 일환으로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준공영제는 제주도가 버스업체의 수익금을 일괄적으로 모아 관리하고 업체에 배분하는 구조다. 수입이 표준운송원가보다 적으면 재정지원금으로 보전한다. 운수업체가 버스 소유·운행을 맡고, 도가 노선과 요금 조정, 운행 관리 전반을 감독하는 형태다.

기존 민영제의 단점으로 꼽혔던 노선 조정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운수종사자 처우를 개선해 서비스를 향상, 대중교통 이용객을 늘린다는 취지다.

준공영제 도입 이후 버스기사 근무여건도 대폭 개선됐다. 임금은 대중교통체계 개편 후(2017년) 시내버스는 연봉 3044만원, 시외버스는 3782만원에서 2018년엔 4300만원으로 인상됐다.

그만큼 예산 규모도 늘었다. 제주도가 버스업체에 지원하는 금액은 대중교통체계 개편 이전인 200억원보다 4배 많은 800억원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타당성 조사나 도의회 동의 등과 같은 검토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민간업체에 도민 혈세를 투입하는 게 적절하냐는 논란이 뒤따랐다.

물가 상승에 맞춰 지원금액도 매해 늘어나 '돈먹는 하마'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도의회 등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이같은 논란을 뒤로하고 준공영제를 밀어붙인 제주도는 노조가 도입 1년만에 파업이라는 강경책을 들고나오자 법적 책임에 과징금까지 물겠다며 강경책으로 맞섰다.

버스 파업에 도민사회 여론이 부정적인데다 제주지방노동위원회가 파업에 위법성이 있다는 해석도 도가 강경책을 꺼낸 배경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결과적으로 팽팽했던 노사간 줄다리기는 제주도가 전면에 나서면서 해결된 모양새다.

그동안 준공영제의 특성상 법적인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제주도가 적극적으로 노사 문제에 개입하기도, 그렇다고 방관만 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막대한 세금만 퍼붓고 행정이 노사에 끌려다닐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려면 제주도가 버스 노사 협상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지나친 개입은 민간의 자율성을 헤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운전기사들의 처우 문제 역시 각 지역별 근무특성 등은 고려치 않고 '다른 지역보다 임금이 더 많다'는 식의 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제2, 제3의 파업 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도 관계자는 "이번은 최초 협상이라 그렇지만 앞으로는 재정지원 주체인 도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준공영제를 도입한 다른 시도와 협의하며 제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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