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세계의 보물섬 청정 제주가 쓰레기로 시름하고 있다. 아름다운 오름 대신 쓰레기산이 쌓이고, 해안가는 플라스틱컵이 점령했다. 뉴스1 제주본부는 올해 연중 기획으로 제주의 제1가치인 '환경'을 택했다. 다양한 환경 이슈를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전달하고 그 안에서 자연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고치 Green 제주]는 '같이'를 뜻하는 제주어인 '고치'에 '가치'라는 중의적인 임의를 담아 녹색 제주로 가꿔나가자는 의미다.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던 지난 14일 오전 9시 서귀포시 보목동 보목포구가 사람들로 북적였다.

주변 수중정화활동을 하기 위해 도내 다이브샵 대표와 다이빙동호회 회원 등 3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보목동 토박이인 한철권 볼레낭개 선장(42)은 "아직 수온은 차갑지만 본격적인 다이빙철이 되기 전 바닷속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모였다"며 "제주는 다이빙 포인트들이 많지만 해양쓰레기가 늘면서 제주가 아닌 동남아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바닷속에 있는 쓰레기는 주로 캔이나 플라스틱, 폐그물과 폐비닐, 폐주낙(낚시 도구의 일종으로 긴 낚싯줄에 여러 개의 낚시를 달아 고기를 잡는 어구) 등이다.
 

천지연에서 다이빙샵을 하는 이성만씨(40)는 "우리는 바다 덕분에 먹고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청정 이미지를 스스로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해양쓰레기 수거활동에 동참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드라이 슈트(방수 잠수복)로 갈아입은 다이버들에게 일정 설명에 나선 현주민씨(40)는 "총 3개조로 나눠 30분씩 2차례에 걸쳐 해양쓰레기를 줍자"며 섶섬 주변과 보목마을 어장 내로 정화 지점을 나눠줬다.

보목마을 어장 내 정화활동은 어촌계 해녀들이 요청한 것으로, 지난달 중국어선이 좌초되면서 발생한 폐기물을 수거하기 위한 것이다.

공기탱크까지 장비를 갖춘 다이버들은 양파망처럼 생긴 망을 허리춤에 찬 채 배를 타고 바다로 나섰다.

이날 수온은 14도 가량으로, 다이버들은 수심 21m까지 내려가 바닥을 샅샅이 훑으며 쓰레기를 를 수거했다.
 

 

 

30여 분 뒤 육상으로 올라온 현재형씨(34)가 든 망에는 맥주캔과 커피캔 등이 잔뜩 담겨있었다.

현씨는 "섶섬은 무인도인데 주변에 쓰레기가 발견되는 이유는 낚시꾼들이 쓰레기를 무심코 버리고 갔기 때문"이라며 "바위와 해양식물들 틈에서 발견된 캔이 많다"고 말했다.

다이빙동호회 회원들과 시간을 내서 참석한 이경익씨(51)는 뒤엉킨 주낙줄을 한아름 갖고 나왔다.

이씨는 "조업을 하다 엉키면 그대로 끊고 가버리니 바닷속에 줄이 있는 것"이라며 "다이버들은 짝을 지어 다니기 때문에 줄에 걸려도 끊고 올라올 수 있는데 혼자 물질을 하는 해녀들에겐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라고 우려했다.

 

 

 

 

 

 

현장을 찾은 한재협 보목마을 마을회장(59)은 "마을에 해녀분들이 70여명 정도 있는데 대부분 고령이다. 다이버들이 나서서 수중정화활동을 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라며 "제주 바다를 지키기 위해 한마음으로 모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바다 쓰레기로 인해 해양생물들까지 위협을 받는 상황에 대해 한 회장은 "보목마을은 그나마 개발이 덜 됐기 때문에 쓰레기 위협이 크진 않지만 계속해서 깨끗한 바다를 지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활동을 기획한 한철권 볼레낭개 선장은 "해경이 가끔 수중정화활동을 하긴 하지만 꾸준히 관리하는 주체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 안타깝다"며 "향후에도 또 다이버들끼리 뜻을 모아 정화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정화활동에 참여한 다이빙샵은 바다별, 제로너, 천지연340, 에픽프리다이브, 율랜드, 다이브히어로, 와우다이브, 바다이야기 등이다. 다이빙 장비업체 ㈜테코는 공기탱크를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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