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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보잉737 추락을 응시하는 중국
[인터뷰]김수종 고문 2017.7.27/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지금 세계의 하늘길은 ‘보잉737’ 충격에 빠졌다.

지난 10일 에티오피아항공 소속 ‘보잉737맥스’(Boeing737Max)가 이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원인 모르게 추락했고, 탑승자 157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의 ‘라이언에어’항공사 소속 동일 기종 비행기가 바다에 추락하여 탑승자 189명 전원이 사망했다.

충격이 큰 이유는 사고가 난 2대의 보잉737맥스가 불과 5개월 간격으로 비슷한 패턴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보잉737맥스가 제작상 큰 하자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의문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보잉은 미국이 자랑하는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 회사다. 보잉이 가장 많이 생산한 제트 여객기가 보잉737모델이다. 1967년 처음 보급되기 시작한 보잉737은 작년 말까지 1만478대가 생산됐다. 아마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타는 비행기일 것이다. 보잉은 이 737모델을 계속 개선하여 2년 전 4세대 모델인 ‘보잉737맥스’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연료효율과 운항거리가 대폭 개선된 이 비행기는 전 세계 항공사들로부터 5000대의 주문이 밀려오면서 보잉의 매출을 크게 늘려 놓았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할까. 에티오피아 항공기 추락사고가 나자 보잉737맥스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강력히 제기되었고, 세계 각국 정부는 부랴부랴 737맥스 운항을 전면 스톱시켰다. 보잉의 명성을 타고 신나게 하늘을 날던 350대의 비행기가 사고원인이 밝혀지고 개선될 때까지 모두 지상에 발이 묶인 것이다.

보잉은 100년 넘는 회사 역사에서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다. 항공기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는 한번 금이 가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미국정부의 항공안전관리 신뢰도 적잖게 금이 갔다. 항공우주기술 분야는 미국의 자존심이다. 항공 산업과 안전관리의 표준을 주도하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특히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민간 항공 안전운항 규제에 대한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다. 연방항공청의 판단과 조치에 세계 항공계가 고개를 숙인다.

이번 보잉737맥스 추락사고의 대응에서 눈에 두드러진 것이 종래와 다른 중국의 모습이다. 사고가 났을 경우 세계 각국의 민간항공기 통제가 FAA의 판단에 기준해서 이루어지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이티오피아항공 추락 사고가 나자 중국은 하루 만에 보잉737맥스의 중국 영공 내 운항을 금지하는 조치를 신속히 내렸고 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가 중국의 뒤를 따랐다.

세계 여론의 압력이 미국과 FAA를 향했다. 이에 굴복한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락사고 나흘 만에야 미국 내 보잉737맥스의 운항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민간항공기의 안전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보이지 않는 경쟁과 긴장이 벌어지는 것으로 세계 항공계는 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항공기 시장이다. 항공기 안전운항에 대한 개선 노력을 많이 해왔고, 따라서 사고도 적다. 최근에는 천둥번개 등 악천후에도 항공기 이착륙을 허용하지 않는 등 관제가 엄격해졌다는 게 국제 항공계의 평가다. 중국은 장차 미국이 장악하고 있는 항공안전운항의 표준에 발언권을 행사할 태세다.

중국엔 또다른 숨은 뜻이 있다. 장기적으로 미국과 경쟁하는 항공기 생산국이 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중국의 항공안전 이미지는 중국소비자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지만 중국 항공기의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서도 긴요하다.

중국은 2017년 국영기업 코맥(COMAC: 중국상용항공기)이 'C919' 항공기를 제작하여 출시했다. 비록 보잉과 합작형태이지만 중국산 민간항공기 생산을 시작한 것이다. ‘C919’는 보잉737과 에어버스320과 비슷한 규모의 중형 제트여객기다. 중국은 C919의 시장을 확보하여 장차 보잉과 에어버스가 양분하고 있는 세계 항공시장에 중국의 몫을 차지하려 하고 있다. 즉 ‘ABC분할’ 전략이다.

C919의 수요는 미미하다. 중국 항공사에 보급하고 있지만 세계시장에 진출하기에는 중국항공기 제작기술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성장속도와 14억 인구를 감안한 막대한 항공기 수요를 생각하면 그 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다.

‘남의 비극이 나의 행운이 될 수 있다.’ 정말 아이러닉한 일이지만 개인, 회사, 국가 간 경쟁관계에서는 얼마든지 생겨나는 일이다. <뉴스1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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