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 훼손 논란으로 지난해 8월 중단됐던 제주 비자림로 확장 공사가 7개월만인 23일 오전 재개됐다.

제주도는 '아름다운 경관도로 조성 방침' 보완설계가 마무리됨에 따라 이날부터 비자림로 확장공사를 재개했다.

공사에는 건설업체 인력 20여명이 투입돼 중장비 투입을 앞두고 길을 내는 벌채 작업을 벌였다.

확장 공사를 위해 나무 벌채가 시작되자 공사를 반대하는 시민 5명은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제주도의 공사 강행을 비난했다.

이들은 "이 구간은 경관보전지구 2등급 지역이고 제주국립공원 예정지인 곳"이라며 "제주도 스스로 제주의 가치를 높이겠다면서 추진한 제주국립공원 확대사업은 대통령 공약으로까지 정해졌는데 확장공사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왕복 2차로인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대천~송당) 약 2.94㎞ 구간을 왕복 4차로로 넓히는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제주시 동부지역(구좌·성산) 주민숙원사업으로 2021년 6월 완공을 목표로 지난해 6월 착공했다.

하지만 공사과정에서 삼나무 915그루(벌채계획 2160그루)가 벌채되면서 전국적으로 논란이 되자 도는 합리적 대안을 마련할 때까지 공사를 중지하겠다며 착공 2개월 만인 8월 공사를 중단했다.

도는 공사 중단 후 지역주민 의견과 전문가 자문위원회 자문을 수렴해 '아름다운 경관도로 조성 방침'을 세웠다.

도는 우선 전체 공사구간을 3개 구간으로 나눠 기존 4만3467㎡였던 벌채 면적을 2만1050㎡로 약 51.6% 줄이는 한편, 잣성 추정 돌담도 원형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회전교차로를 당초 계획 보다 오른쪽으로 16m 가량 옮겨 설치하기로 했다.



1구간은 시점부~제2대천교 0.9㎞, 2구간은 제2대천교~세미교차로 1.35㎞, 3구간은 세미교차로~종점부 0.69㎞이다. 각 구간 도로 폭은 22m로 기존 계획 보다 2m 줄어들었다.

우선 전체 공사구간의 약 46%를 차지하고 있는 2구간은 기존 삼나무 수림을 보존한 채 초지대인 목장부지를 활용해 2차로를 신설하는 방향으로 설계된다.

중앙분리대 역할을 하게 될 기존 도로 오른쪽 삼나무 수림에는 도민과 관광객이 삼나무 수림을 자유롭게 거닐 수 있도록 야자수 매트 숲길을 조성할 예정이다.

중앙분리대에는 기존 3m였던 폭이 4m로 확장되면서 산딸나무, 치자나무 등 교목과 홍가시나무, 다정큼나무 등 관목이 함께 식재된다.

겨울철 도로 결빙에 따른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중앙분리대와 삼나무 보존 구간에는 염수 자동분사시설이 설치된다.



현재 토지 보상 협의율은 약 75%(전체 72필지 중 54필지). 도는 일부 토지에 대한 보상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을 고려해 차량 통행에 영향을 덜 미치는 구간부터 우선 시공한다.

이와 관련 제주도 관계자는 "비자림로 하루 교통량이 1만440대로 확장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됨에 따라 삼나무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교통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생태·경관도로 기능을 강화해 추진하는 만큼 도민들의 많은 이해와 협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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