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꽃밭 없어졌어요?"

26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일명 '유채꽃 재배단지'를 찾은 관광객 김선영씨(33·서울) 일행의 표정에는 당혹감과 아쉬움이 가득했다.

매년 봄이면 한 사람당 1000원꼴인 값싼 입장료에 성산일출봉과 광치기해변, 유채꽃 물결을 한 배경으로 '인생샷'을 찍을 수 있는 제주 대표 명소가 텅 빈 황무지로 변해버린 탓이다.

유채꽃 재배단지 초입에는 '본 토지는 제주도 공유재산입니다. 경작 등 토지 이용행위 일체를 금하며, 이를 위반 시 관련 법에 따라 변상금 부과 등 불이익을 받게 됨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작은 나무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돌담 너머에는 잘려나간 유채꽃이 얼기설기 뒤엉킨 채 곳곳에 쌓여 있었고, 성산읍 오조리 내수면과 접한 경계지에는 이미 평탄화 작업이 진행된 상태였다. 500m 거리의 다른 유채꽃 재배단지에서는 공사장 안전펜스까지 설치돼 있었다.

김씨는 "'3월 놓치지 말아야 할 제주관광 10선(제주관광공사)'이라고 해 찾아 왔는데 너무 허무하다"면서 "다음달 제주유채꽃축제가 열리던데 그 때 제주에 올 걸 그랬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제주도 등에 따르면 이 일대에서는 2015년부터 300억원 규모의 '성산일출봉 주변 녹지공간 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성산일출봉에 연간 3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불법 주차 등의 문제가 불거지자 유채꽃 재배단지가 포함된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일대 부지 12만9700㎡에 녹지공간과 주차장을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도는 사업부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사유지 매입 문제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기도 했으나 올해 1월 말 국토교통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심의 등 모든 토지보상 절차를 마치고 지난달 사업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단계적인 토지보상을 통해 공유지로 바뀐 유채꽃 재배단지 9필지에서 유채꽃을 재배하거나 입장료를 징수하는 불법행위가 계속되면서 또다시 차질이 빚어졌다.

이에 도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위반으로 해당 유채꽃 재배단지 운영자 6명에게 구두 경고와 원상복구 명령 사전통지 등의 조치를 취했고, 결국 이달 중순쯤 원상복구 작업이 이뤄졌다.

도 관계자는 "불법 영업에 대한 단속권한이 없는 데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농작물의 경우 소유권이 토지주가 아닌 경작자에게 있기 때문에 그동안 제재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러나 비교적 원만하게 협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업부지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녹지공간에는 유채꽃과 코스모스 등 계절별 야생화를 식재하고, 주차장에는 잔디블럭 등 친환경적 소재를 사용할 계획"이라며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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