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이끄는 제주영화제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해 집행위원장을 맡은데 이어 오로지 영화제만을 위한 사단법인을 꾸린 권범 변호사(54)는 아직 이사장이라는 호칭이 낯설다.

하지만 2000년 제1회 제주트멍영화제를 시작으로 2015년 제11회 제주영화제에 이르기까지 지난 15년간 쌓아온 역량을 믿어 의심치 않기에 첫 발을 떼는데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단다.

지난달 29일 제주영화제 후원자가 운영하는 한 카페에서 만난 권 이사장은 “제주영화제가 제주사회에 나름 소중한 씨앗이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영화제를 훌륭하게 지속시켜내는 데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사단법인을 창립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요즘 제주영화제에 대한 고민을 달고 산다는 권 이사장은 “아무래도 변호사가 자유업인 측면이 있다 보니 직업적인 애로가 덜한 편”이라며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지역 영화제로 도약시키는데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권범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사단법인 제주영화제 창립 취지는.
▶환상적이고 창조적인 공간인 제주에서 제주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과 영화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자 한다. 특히 영화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마련함으로써 제주사회의 문화 다양성에 이바지하고자 법인을 설립하게 됐다.

-사단법인으로 거듭나면서 기존에 진행됐던 영화제와 달라지는 점은.
▶15년 전 제주영화제가 시작된 이후 나름대로 상당한 역량을 축적했다고 본다. 다만 좀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시스템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영화제를 운영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에 사단법인으로 출발하게 됐다.

이전과 비교하자면 그동안에는 사단법인 제주씨네아일랜드 행사 중의 하나로 추진됐다. 그런데 이제는 법인으로 분리되면서 오로지 영화제만을 준비하고 실천하게 된다. 아무래도 법인을 설립하면서 인적·물적 구성을 새로 하게 됐는데 예산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있어서 씨네아일랜드와 분리된 예산으로 집행하고, 결국엔 사무국 체제를 상설화하겠다는 것이다. 영화제에 걸맞는 프로그래머들을 두고 작품 선정을 하는데 있어서도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나가야겠다.
 

-변호사가 영화제 이사장직을 맡게 된 점이 이색적이다. 이사장직을 맡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작고 소박하지만 제주영화제가 제주사회에 나름 소중한 씨앗이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작년 제주영화제 개막작 ‘청춘의 십자로’가 현대적으로 재해석되면서 제주돌문화공원의 수려한 공간과 절묘하게 만나 자아낸 벅찬 감동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다. 집행위원장으로서 이러한 기회를 얻게 된 것에 감사했고 앞으로도 제주영화제를 훌륭하게 지속시켜내는 것이 제주사회에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여겨 이사장을 기꺼이 맡게 됐다. 원래 변호사가 자유업인 측면이 있어서 직업적인 애로는 덜한 편이다.

-창립식이 3일 열린다. 창립 특별작으로 빔 벤더스의 <제네시스:세상의 소금>이 선정됐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우리 이사들이 숙고 끝에 결정한 건데 ‘위대한 사진예술가 세바스치앙 살가두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경이로운 성찰’이라는 카피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영화제의 성격과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영화제에서는 다양성 영화를 주로 다뤄왔다. 젊은 독립영화감독들이 작품을 펼칠 수 마당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독립영화나 다양성영화가 갖고 있는 특수성, 세상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 어떤 현실에 대한 성찰 이런 게 우리 영화제가 기본적으로 깔고 있는 성격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 작품이 거기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뉴스1 독자들에게 추천하고픈 영화가 있다면.
▶제 직업이 변호사라서 그런지 미국 배심재판 제도를 그린 ‘12인의 성난 사람들’처럼 법정을 그린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영화를 통해 현실을 투영하고 허상과 모순을 돌아보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고 본다.

-‘제주’를 잘 담아냈다고 생각하는 영화를 한 편 고른다면.
▶여러 영화들이 있지만 작년 제11회 제주영화제 때 관객심사단상을 수상했던 ‘짐작보다 따뜻하게’라는 작품이 생각난다. 제주 곳곳에서 영화를 찍었는데 아부오름과 이호해변, 성산포 어느 마을의 폭낭 등 익숙하고 아름다운 장면들이 많아 인상적이었다.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곳들을 따뜻하게 재구성된 화면을 통해 바라보니 새롭게 다가왔다. 그런 것들이 관객심사단 상을 수상하게 된 요인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제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 추천해주고 싶다.

 

 

 

 

 

-제주영화제가 타 지역의 영화제들처럼 지역에 더 흡수되고 활성화됐으면 좋겠다는 아쉬움들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들 역시 계속 고민해왔던 부분이다. 도민들과 관객들한테 다가갈 수 있는 게 뭘까. 영화 상영될 때 감독이나 작가를 초청해서 대화 시간 갖는다든지, 국내·외 영화제에 팸투어를 하는 식으로 동행하면서 같이 영화를 본다든지, 로케이션 장소를 투어 한다든지, ‘영화와 법 이야기’ 등 일정한 주제를 정해서 테마를 만들어 관심 있는 관객을 끌어들인다든지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이다. 내용적인 면에서 다양성 영화가 갖고 있는 특성이 오히려 관객들한테 낯설게 보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부분은 집행위원회에서 앞으로 프로그래머와 상의해서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을 충분히 상의해야겠다.

또 하나는 홍보의 측면이다. 사실 그동안 예산이나 인력의 한계 때문에 홍보가 덜 됐던 측면이 크다. 그래서 홍보 전략이나 이런 부분에 있어서도 굉장히 신경 쓸 생각이다. 이 과정에서 순수 민간이 운영하는 영화제의 특성을 살리면서 행정당국과 긴말하게 연관을 맺어가면서 힘을 합쳐야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작년 영화제가 끝난 직후부터 법인 설립 위해 머리를 맞대서 진지한 논의를 해왔고, 3월에 법인 등록을 마쳤다. 이제 창립식과 후원의 밤 행사를 앞두고 있는데 5월에는 집행위원회를 구성하고 10월 말쯤 제12회 제주영화제를 개막할 계획이다.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처음에 제주영화제에 참여한 것도 사람들과 재미있는 영화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고 술도 마시면서 즐겁게 지내려고 시작을 했다. 앞으로 사단법인 제주영화제를 지지하고 성원하는 관객 회원들과 함께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조직을 잘 운영해볼 계획이다. 제주도민과 더불어 제주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호흡하는 영화제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할테니 많이 응원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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