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교육청이 '참여'와 '소통'을 기치로 숙의 민주주의에 기반한 '제주교육공론화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으나 전체 위원 명단을 원천적으로 공개하지 않기로 해 교육행정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제주도교육청은 16일 제주도교육청 상황실에서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교육공론화위원회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 교육감의 핵심 공약인 제주교육공론화위는 숙의 민주주의 방식으로 도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한 참여형 교육정책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구성됐다.

서울시교육청이 1월부터 '편안한 교복 공론화 추진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공론화 상설 조직을 운영하는 곳은 제주가 유일하다.

김장영 제주도의회 교육의원(제주시 중부) 대표 발의로 지난 1월2일 제정된 '도 교육행정 참여를 통한 숙의민주주의 실현 조례'가 그 근거다.

제주교육공론화위는 당연직(위원장)인 이경희 부교육감을 비롯해 이 교육감이 추천한 5명,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이 추천한 1명,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된 도민 8명 총 15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앞으로 2년간 Δ공론화 청구 사안 심의 Δ공론화 추진 여부 결정 Δ공론화 의제 선정 Δ공론화 방법 결정 등 공론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전날 제1차 회의에서는 부위원장 호선과 위원별 위촉장 수여, '공론화 방법론과 사례'를 주제로 한 강영진 한양대학교 갈등문제연구소장의 특별강연이 이뤄졌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부위원장 호선 결과를 포함한 제주교육공론화위 전체 위원 명단에 대해 비공개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혹시 모를 외압 우려 때문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공론화 의제 설정을 위한 개인 또는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위원들이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도교육청의 방침에 두고 지역 교육계에서는 도교육청이 도리어 제주교육공론화위 구성·운영에 대한 투명성과 공정성을 훼손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개별 위원의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까지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교육공론화위 근거 조례를 대표발의한 김 교육의원은 "겉만 번지르르한 무늬만 제주교육공론화위"라며 "지역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창구인 위원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공론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론화를 제도화하고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행정정보 공개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조례상의 도교육감 책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내 교원단체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김진선 도 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제주교육공론화위를 투명하게 운영하고자 한다면 위원 명단부터 소상히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교육 수요자들이 많이 포함됐는지, 제대로 된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들이 포함됐는지 알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문희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장은 "도교육청이 교육의제 공론화에 의지가 없다는 방증 아니겠느냐"며 도민 접근성 결여 문제도 지적했다.

공론화 의제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도교육청 홈페이지 '교육청 소개-열린 교육감실-도민청원코너'로 들어가 500명 이상의 동의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홍보 탓인지 현재 게시글은 5건 뿐이다. 공론화 의제는 다음달 말 결정된다.

문 지부장은 "전국 최초의 상설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떠벌리면서 정작 공론화에 대한 도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높이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도교육청은 다음달 10일 제주교육공론화위 제2차 회의를 열고 집중 토론을 실시한 뒤 다음달 말 공론화 의제를 선정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 8월 말 결과를 도출, 2020년 본예산에 관련 예산을 반영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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