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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누가 보잉을 추락시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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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제품은 무엇일까. 아마 비행기, 그중에서도 제트 여객기가 아닐까 싶다. 지난 3월 에티오피아 항공 추락 사고로 운항이 중지된 '보잉737맥스8‘ 비행기 1대 값이 1억2100만 달러다. 한화로 약 1380억 원이다.

항공기 제작은 부가 가치가 높은 첨단 제조업이자, 한 나라의 국방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보잉사는 연간 1010억 달러의 매출액을 올리는 미국 최대 제조 기업으로 미국 경제의 기둥이다.

보잉 비행기가 미국 국력의 상징인 것은 전 세계 국가의 최고 권력자들이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때 가져가는 선물 보따리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들은 미국 대통령을 만날 때 보잉 여객기 주문서를 내놓고, 미국의 환심을 사려고 애쓴다. 시진핑 중국 주석도 그중 한 사람이다.

이렇게 잘 나가던 보잉 항공사가 100년 역사상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바로 주력 기종인 ‘보잉737맥스’ 2대가 5개월 간격으로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에서 추락, 탑승자 346명 전원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보잉737맥스는 이번 사고가 나기 전까지만 해도 무서운 속도로 판매 기록을 세워나갔다. 기존 보잉737 모델을 개조한 ‘737맥스’는 연료가 17% 절감되고 항속거리가 더 길어져 항공사들이 선호하는 주력 기종으로 급부상했다. 2017년 처음 항공사에 보급된 후 2년간 총 주문이 약 5000대에 이르렀고 올 3월까지 380대가 생산되었다.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보잉은 또 다른 도약의 분기점에 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할까.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언 에어’의 737맥스가 추락했고, 올해 3월엔 에티오피아항공의 같은 모델이 추락했다. 중국을 선두로 세계 각국은 737맥스의 자국 운항을 금지했다. 에티오피아항공기 추락 직후에도 “737맥스는 안전하다”고 주장하던 보잉사는 이런 움직임에 위기를 느끼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안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미국 국내 운항을 중지시켜 주도록 요청한 데 이어 737맥스의 소프트웨어 작동에 잘못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추락사고로 인한 보잉의 피해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380대의 737맥스가 스케줄이 취소되고 지상에 묶여 있다. 이로 인해 항공사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월 1억1500만 달러라는 평가액이 나온다. 이걸 보잉사가 물어줘야 한다. 사고로 사망한 승객과 승무원 346명은 보잉을 상대로 피해소송을 벌일 것이다. 보잉이 물게 될 사망 보상금과 소송비용 또한 어마어마한 액수가 될 것이다.

보잉이 입게 될 또 하나의 큰 타격은 신뢰 추락에 따른 기업의 불안정이다. 인도네시아의 가루다 항공이 보잉737맥스 49대 주문을 취소한 것을 비롯하여 세계 각국 항공사들이 주문 취소를 했거나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잉은 주문 물량의 20% 정도 생산 감축에 들어갔다. 이제 보잉의 운명은 737맥스 안전성에 대한 신뢰회복에 달려 있다.

공식적으로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사고가 난 737맥스 2대 모두 이륙 후 10분도 안 되어 같은 패턴으로 추락했다. 미국 언론들은 737맥스를 제조한 보잉사, 운항했던 항공사, 이 기종을 조종했던 파일럿, 미국의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그리고 연방항공청(FAA) 등을 샅샅이 취재하여 추락 원인을 이 모델에 새로 도입된 엠케스(MCAS)라는 소프트웨어의 작동결함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보잉은 737맥스를 만들면서 기존 737보다 엔진을 키우고 엔진 위치도 높게 설계했다. 연료효율을 높이기 위해서인데, 기체역학에 변화가 생기면서 이륙할 때 기수가 하늘로 치솟게 되어 실속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때 자동으로 기수를 낮추게 보정해주도록 엠케스를 조종시스템에 추가한 것이다. 그런데 엠케스의 센서가 오작동을 하고, 충분한 훈련을 못 받은 조종사가 이런 비상 상황을 대처하지 못하면서 비행기가 추락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은 보잉이 유럽의 에어버스와 경쟁하면서 비롯됐다는 보잉사 내부의 주장도 설득력이 높다. 2011년 보잉은 에어버스로부터 큰 도전을 받았다. 에어버스가 연료효율성을 높인 A320 모델을 개발했고, 아메리칸에어라인(AA)이 이를 대량 주문하면서 보잉 경영진에게 진일보한 비행기를 빨리 내놓지 않으면 더 이상 고객으로 남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당시 보잉사는 737시리즈를 완전히 접고 전혀 새로운 중형 비행기 모델 개발을 구상하고 있었다. 보잉은 충성스러운 고객이었던 AA의 압력성 제의에 무척 당황했다. 완전한 새 모델 개발은 10여년의 기간이 필요한데, 에어버스의 A320에 대응하는 비행기를 내놓지 않으면 고객을 빼앗길 위험에 직면했다.

보잉은 완전 새로운 비행기 모델을 개발하는 대신 엔지니어들을 총동원하여 몇 달 만에 737시리즈를 최신화하는 전략적 선택을 결정했다. 이렇게 해서 시대적 요구인 연료효율화에 맞춰 기존 737모델에 엔진을 크게 해서 2016년 완성된 비행기가 737맥스다.

보잉737 시리즈는 보잉의 오늘을 있게 한 비행기다. 1967년 처음 선보인 이 비행기는 1972년에 맥도널더글러스에 밀리면서 14대밖에 못 팔았다. 보잉은 일본에 보잉737프로그램을 매각할 생각까지 했다. 경영진은 더 투자할 것이냐 종결할 것이냐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가 투자 쪽으로 선회했다. 성공이었다. 737시리즈는 중형 여객기 시장을 석권했다. 지금 미국하늘에 떠 있는 여객기의 3대중 1대가 보잉737이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타는 비행기도 보잉737시리즈다.

737맥스 추락으로 보잉의 경쟁력은 손상됐다. 단기적으로 에어버스가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소트프웨어의 개선으로 737맥스의 안전성이 확보되면 보잉은 다시 높이 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여객기 시장은 보잉과 에어버스의 양자 과점 체제다. 저 멀리 중국의 상용항공기 제작회사 코맥(COMAC)이 에어버스 A320과 보잉의 B737에 대응하는 중형 비행기 C919를 띄우면서 항공시장의 ‘ABC분할체제’를 꿈꾸고 있다.

ABC분할체제는 아직 먼 훗날의 얘기이지만, 중국의 부상과 관련하여 항공기 경쟁은 눈여겨볼 만하다. 경쟁은 과점 체제에서 오히려 피 말리게 벌어진다. 비행기 제조회사의 치열한 경쟁은 안전한 항공기 제조를 위해 약이 될 수도 있지만, 독이 될 수도 있음을 ‘보잉737맥스’ 사태를 통해 알 수 있다. <뉴스1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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