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세계의 보물섬 청정 제주가 쓰레기로 시름하고 있다. 아름다운 오름 대신 쓰레기산이 쌓이고, 해안가는 플라스틱컵이 점령했다. 뉴스1 제주본부는 올해 연중 기획으로 제주의 제1가치인 '환경'을 택했다. 다양한 환경 이슈를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전달하고 그 안에서 자연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고치 Green 제주]는 '같이'를 뜻하는 제주어인 '고치'에 '가치'라는 중의적인 임의를 담아 녹색 제주로 가꿔나가자는 의미다.
 

27일 늦은 저녁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의 한 공방.

제주4·3평화공원에서 다크 투어(Dark Tour·어두운 역사를 돌아보는 여행)를 마친 뒤 이 곳에 모인 청년 9명은 한 손엔 망치, 한 손엔 글루건을 들고 동분서주 창작열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다크 투어를 하며 수거한 쓰레기로 제주4·3을 주제로 한 '새활용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새활용은 쓰레기에 디자인을 더하거나 활용방법을 바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업사이클링(Upcycling·Upgrade+Recycling)의 우리말이다.

청년들은 새활용 작가 김지환씨의 도움으로 양초받침과 컵받침 등을 만들었다. '레드 아일랜드', '초토화 작전', '큰넓궤에 핀 동백꽃', '초토(草土)', '창틈 사이로 비춘 희망' 등 붙여진 이름도 각양각색 개성이 넘쳤다.

'숨겨진 방사탑'이라는 이름의 양초받침을 만든 김재완씨는 "1998년 제주4·3 50주년을 맞아 세워진 4·3해원방사탑을 떠올렸다"고 작품을 소개하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역사 강의를 하고 있는데 앞으로 새활용과 연계한 보다 재미있고 감동적인 강의를 해 보고 싶다"고 전했다.

'흑 투 백(黑 to 白)'이라는 이름으로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한 서한솔씨는 "제주의 비극적인 역사와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함께 고민해 보자는 취지"라며 "넷째 주 토요일 마다 활동을 펼쳐 연말에는 전시회도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새활용 활동은 지역과 학교 곳곳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제주시 일도2동에 문을 연 '새활용 창작소'는 요즘 매일 문전성시다.

주민들로부터 각종 패션잡화를 기증받아 인형·옷·모자·가방·파우치·쿠션 등을 제작해 판매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염색·재봉기술을 배우려는 지역 주민, 특히 가정주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새활용 창작소에서는 스카프·이불·카펫·코사지·앞치마 등의 주문 판매와 도 전역을 대상으로 한 출장 교육까지 이뤄지고 있다. 시니어인 11명의 직원들은 눈 코 뜰새 없이 바쁘다며 혀를 내둘렀다.

고기자 새활용 창작소장은 "새활용 창작소는 일도2동 주민들로 구성된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고 있는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공간"이라고 소개하며 "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나눔과 자원 재순환을 실천할 수 있도록 앞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읍·면지역 10개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새활용 창의교실'도 눈길을 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이니스프리 모음재단이 기획한 이 프로그램은 생활습관 형성 시기에 있는 초등학생들에게 자원과 환경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자는 취지다.

수업은 전문강사가 각 학교를 방문해 '바다 쓰레기를 활용한 모빌 만들기', '업사이클링 콜라주 작품 만들기' 등의 체험활동을 지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18일 시작된 프로그램은 7월17일까지 5개월간 이어질 예정이다.

김아인 이니스프리 모음재단 과장은 "조기 교육을 통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자원을 재활용하는 습관이 형성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환경 보전 의식을 높이는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발굴·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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