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세계의 보물섬 청정 제주가 쓰레기로 시름하고 있다. 아름다운 오름 대신 쓰레기산이 쌓이고, 해안가는 플라스틱컵이 점령했다. 뉴스1 제주본부는 올해 연중 기획으로 제주의 제1가치인 '환경'을 택했다. 다양한 환경 이슈를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전달하고 그 안에서 자연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고치 Green 제주]는 '같이'를 뜻하는 제주어인 '고치'에 '가치'라는 중의적인 임의를 담아 녹색 제주로 가꿔나가자는 의미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눈부셨던 3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 신흥리 해안가.

인근 지역 주민·해녀·봉사자들을 비롯해 해병대 제9여단 장병들과 제주도의회 의원·직원들까지 총 120여 명은 이 해안가를 뒤덮은 파래(구멍갈파래)를 바라보며 저마다 비장한 표정으로 소매를 걷어붙였다.

손에는 갈퀴를 쥐고 모자와 마스크, 장갑, 고무장화로 무장한 이들은 갯바위에 다닥다닥 붙어 있거나 수면 위아래로 둥둥 떠다니는 파래를 긁어내 마대에 옮겨 담기 시작했다.

바닷물에 흠뻑 젖은 파래로 가득 채워진 마대들은 손과 손을 거쳐 트럭으로 옮겨졌다.

동시에 한쪽에서는 기계 작업이 이뤄졌다. 준설차 2대가 긴 호스를 통해 갯바위에 붙어 있거나 사람들이 모아 놓은 파래를 빨아들이는 식이었다.

파래가 수거되기 시작하면서 악취도 상당했다. 곽단순 조천적십자봉사회장은 "파래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는 데도 이 정도"라며 "지금 당장 치우지 않으면 여름쯤에는 파래가 하얗게 썩어가며 더 심한 악취를 풍길 것"이라고 조급해 했다.

조천읍 관계자는 이날 오후 5시까지 약 100톤에 달하는 파래가 수거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수거된 파래는 인근 한 공터로 옮겨져 최장 열흘간 건조될 예정이다.

김영기 제주시 조천읍 부읍장은 향후 처리 계획에 대해 "매립·소각은 시설 포화 문제로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우선 건조과정이 끝나면 퇴비용으로 농가에 무상으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제주의 '해조류 전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제주테크노파크 생물종다양성연구소에 따르면 제주에는 해마다 유해성 해조류인 갈파래와 괭생이 모자반이 대량으로 발생 또는 유입되고 있다.

갈파래는 도내 해안의 수온 상승과 용천수 유입 등에 따른 환경 변화로 발생하고, 괭생이 모자반은 괭생이 모자반 양식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중국 저장성 해역에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3년간 도내 갈파래 수거량은 2015년 2773톤, 2016년 2750톤, 2017년 3500톤, 괭생이 모자반 수거량은 2015년 1만2100톤, 2016년 295톤, 2017년 4418톤 규모다. 이를 수거·처리하는 데에도 매년 약 8억원이 소요된다.

문제는 이 같은 해조류가 한꺼번에 많이 발생·유입되는 특징으로 항해·조업 방해, 악취, 생태계 오염 등의 문제를 수반하는 데다 현재 이를 예방하거나 활용할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강창인 제주도 해양관리팀장은 "해조류가 발생할 경우에는 해양쓰레기 수거 인력인 '청정 제주바다 지킴이'와 각종 설비를 활용해 집중적인 수거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사실상 환경적 요인에 따른 해조류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소 시일이 걸리지만 현재 산업화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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