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제주는 섬 지역이라는 특성상 결혼문화에서도 다른 지역에 없는 독특한 풍습이 남아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단순히 형식만을 중시하는 문화로 변질, 신랑신부는 물론 하객에게까지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뉴스1제주본부는 4회에 걸쳐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져 내려온 제주의 잘못된 결혼 문화들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이번 기획은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제주지역 결혼문화 실태조사 연구'를 토대로 했다.
 

제주 결혼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정서를 꼽으라면 공동체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제주에서 혼례를 하려면 이웃 주민 등 공동체의 도움없이는 어려웠다.

마을사람들이 힘을 합해 물을 길어다 주고 땔감이나 돼지 도축 등 음식 준비도 공동체 구성원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처럼 공동체가 혼례를 돕는 풍습은 자연스럽게 마을 잔치로 이어졌다. 제주지역 결혼 잔치는 육지에 비해 꽤 길어 마을 주민들간의 유대감을 강화해주는 기능을 했다.

제주의 혼례는 7일 정도 소요돼 일명 '일뤠('이레'의 제주어) 잔치'라 불렸다.

첫째날에는 두부를 만들어 돼지를 잡아 삶고 마당에 장막을 치는 등 손님 맞을 준비를했다. 2일째 저녁에는 가문 잔치를, 3일째 혼례를 치른다. 4일에는 신부집을 찾아가고 5일에는 신부측에서 사돈댁을 찾는다. 6일째 되는 날에는 수고한 동네 사람들에게 음식을 대접했으며 마지막 7일째는 정리하는 날이다.

7일 잔치는 점차 사흘 잔치로 줄어 1일은 가문잔치, 2일 혼례, 3일 사돈잔치로 바뀌었다.

현재는 결혼 전날 가까운 친척과 이웃들이 모이는 가문 잔치와 결혼 당일 혼례 후 피로연을 포함한 이틀 혹은 하루 잔치로 짧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하루 종일 손님을 치르는 문화는 남아있다.

제주에서는 혼인의 의미가 결혼 당사자나 가족과 친지에 국한되지 않고 결혼식에 참여해 함께 음식을 먹는 모든 사람들에게로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제주에서 잔치에 참여해 먹는다는 행위는 '타자'와 구분짓는 '우리'라는 정체성을 부여했다고 분석한다.

경조사에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가 각각 따로 부조하는 겹부조 문화도 제주 특유의 혼례 특성이다. 여기에도 이유가 있다.

2015년 제주학회의 '제주도연구'에 따르면 제주에서는 자식이 결혼하면 철저하게 부모와 분가하는 가족제도였다.

장남이 결혼해도 분가해 부모를 모시지 않고 재산 상속도 아들과 딸, 장남과 다른 자식을 구분하지 않은 풍습이 있었다.

이같은 철저한 분가제도를 통해 자녀들은 물론 부부 사이에도 비교적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게 됐으며 특히 부부간에도 어느 정도 독립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했다. 이런 문화가 가족 구성원이 따로 부조하는 겹부조 문화로 이어졌다.

또 다른 제주지역 결혼 풍습인 부신랑과 부신부는 결혼식 당일 신랑과 신부를 돕는 일종의 도우미다. 주로 신랑과 신부의 친구들이 많아 축의금을 챙기거나 자잘한 심부름 등을 맡는 역할을 한다.

이같은 제주 특유의 결혼문화는 다소 변형되긴 했지만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공동체 중시와 남녀평등과 같은 좋은 취지의 풍습이 현재는 외연 중시나 형식에 얽매인 허례허식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지난해 도민 5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한 결과 '하루종일 음식을 접대하는 피로연(67.0%)', '답례품 지급(60.4%)', '겹부조 풍습(79.2%)', '피로연 등에서의 잘못된 성문화(85.3%)' 등이 제주 결혼문화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여성가족연구원은 "제주는 웨딩홀 인프라 부족 및 하루 종일 진행되는 결혼 피로연 관행 등과 맞물려 호텔 결혼식이 매우 대중화돼 있다"며 "이는 고비용 식대 지출 뿐만 아니라 주말 시내 교통 혼잡 유발, 대량의 음식 쓰레기 발생, 신랑신부 및 혼주의 피로도 가중 등 다양한 문제로 연결되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