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제주는 섬 지역이라는 특성상 결혼문화에서도 다른 지역에 없는 독특한 풍습이 남아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단순히 형식만을 중시하는 문화로 변질, 신랑신부는 물론 하객에게까지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뉴스1제주본부는 4회에 걸쳐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져 내려온 제주의 잘못된 결혼 문화들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이번 기획은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제주지역 결혼문화 실태조사 연구'를 토대로 했다.
 

'겹부조'란 신랑과 신부 모두 지인일 경우 축의금을 둘 다에게 주는 제주 특유의 결혼 풍습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랑신부의 부모 등 가족에게 따로 축의금을 주기도 한다.

제주여성가족문화연구원(이하 여가원)의 '제주지역 결혼문화 실태조사 연구(2018)' 결과에 따르면 도민 상당수가 결혼 축의금과 겹부조 풍습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민 5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년간 축의금 1회 평균 비용은 6만9000원이며 평균 지출 횟수는 총 22.4회였다.

축의금과 관련있는 결혼식 평균 하객수는 평균 474명으로 전국 264명에 비해 1.8배 정도 높았다. 축의금 규모는 부모가 받은 축의금이 3020만원, 자녀가 받은 축의금 1297만원 등 총 4317만원으로 조사됐다. 전국 1766만원에 비해 2.4배 가량 많다.

부모가 받은 축의금 총액은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1억원, 자녀가 받은 축의금 총액은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8000만 원으로 조사됐다.

평균 겹부조 지출 횟수는 8.9회로 자녀세대는 신랑 7.3회, 신부 5.1회이며, 부모세대는 남성 10.9회, 여성 12.0회로 부모세대의 지출빈도가 더 높았다.

결혼 축의금에 부담을 느낀다는 비율은 69.8%, 겹부조 풍습이 부담된다는 비율은 80.5%에 달했다.

제주의 겹부조 풍습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그렇다'가 28.7%, '아니다'가 71.3%로 불필요하다는 인식이 더 높았다.

겹부조가 불필요한 이유로는 '비용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61.7%, '현 시대에는 맞지않는 풍습이기 때문에' 36.7% 등으로 조사됐다.

제주 결혼 문화의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서도 겹부조 풍습을 꼽은 응답자는 79.2%에 달했다.

여가원 관계자는 "결혼식은 지금까지 지출한 축의금을 회수하는 기회로 여겨져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 한 하루 종일 피로연, 예식장 주변 교통 혼잡, 음식 쓰레기 발생 등 다양한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축의금 문화에서 비롯된 또 다른 제주 풍습이 부신랑 부신부 문화다.

신랑과 신부의 친척 또는 지인 한명이 접수대에서 대표로 축의금을 받는 다른 지역과 달리 제주는 대부분 혼주와 결혼 당사자가 하객에게 개별적으로 직접 받는 독립적인 형태를 보인다.

축의금을 결혼당사자가 직접 받고 관리하기 어려워 친구 등을 부신랑과 부신부로 정해 수고비를 주고 축의금뿐만 아니라 결혼식과 관련한 자질구레한 일들을 맡기게 된 것이다.

그러나 겹부조는 제주인들의 독립성을 보여주는 고유의 풍습으로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겹부조가 필요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집안이 아닌 개인 단위로 하는 제주의 수눌음(품앗이) 풍습이기 때문에'가 60.7%, '제주의 미풍양속이어서' 31.7%, '그동안 지출한 비용을 받아야 하기 때문'도 7.6%로 나타났다.

여가원은 "제주지역 축의금 형태는 가문과 가문의 개념이 아니라 개인간의 부조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남편이 가장으로 집안을 대표해 혼자 부조하는 게 아니라 남편과 아내, 자식이 각각 부조하는 구조"로 "개인간 평행의 의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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