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제주는 섬 지역이라는 특성상 결혼문화에서도 다른 지역에 없는 독특한 풍습이 남아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단순히 형식만을 중시하는 문화로 변질, 신랑신부는 물론 하객에게까지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뉴스1제주본부는 4회에 걸쳐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져 내려온 제주의 잘못된 결혼 문화들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이번 기획은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제주지역 결혼문화 실태조사 연구'를 토대로 했다.
 

제주도민들은 결혼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인식하면서도 실천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주여성가족문화연구원(이하 여가원)의 '제주지역 결혼문화 실태조사 연구(2018)'에서 도민 505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도민들은 결혼당사자가 주도하는 하객 100인 미만의 실속있는 결혼식과 2~3시간 이내의 피로연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이 선호하는 결혼식 형식은 '실속있는 결혼식'이 94.9%, 결혼식 규모는 참석인원 '100인 미만의 소규모 결혼식'이 65.3%, 결혼진행 방식은 '결혼당사자 주도'가 84.8%, 피로연 시간은 '2~3시간 이내'가 68.1%였다.

결혼문화에 대한 호화 사치 풍조의 가장 큰 이유로 '남들만큼 치러야 한다는 체면 문화(48.7%)'가 꼽혔다.

이어서 '물질만능적 사회풍조(16.4%)', '건전한 결혼사례나 모델 부족(9.3%)', '웨딩업체, 언론의 호화 사치 조장(8.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결혼문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남만큼 결혼식을 성대하게 치러야 한다는 생각 (30.5%)’으로 나타났으며 '틀에 박힌 결혼식(21.2%)', '갖출 건 다 갖춰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16.0%)', '형편에 맞지 않은 과다한 혼수(15.6%)' 등 대체적으로 허례허식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결혼비용의 합리적 개선을 위한 요소는 '예단 및 예물 최소화(62%)', '하객에게 하루종일 음식을 접대하는 피로연 문화 개선(39.6%)', '가까운 친척 및 친구 중심으로 하객 줄이기(31.6%) 등이 꼽혔다.

'결혼 당사자가 결혼비용 스스로 부담하는 문화(25.2%), '겹부조 풍습(21%), '공공시설 등 무료예식장 활용(20.6%)' 등도 합리적 결혼을 위해 필요한 요소로 꼽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외부의 시선과 체면문화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여성가족연구원은 "결혼 문화의 호화 사치 풍조의 원인과 결혼문화의 문제점으로 '남들만큼 해야 한다'는 체면문화가 지적됐지만 실제로는 결혼식 장소를 선택하는 기준이 경 제성이나 편리성보다는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더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젊은세대 "작은결혼식 필요하지만 내가 하자니…"
제주특별자치도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양성평등정책 '제주처럼'의 일환으로 제주형 작은 결혼식 사업을 추진했다.

제주의 자연 및 환경을 활용한 작은 결혼식 콘텐츠 발굴 및 공유,지역 인프라를 활용한 마을 결혼식 등 마을 공동체 활성화, 공공시설 예식장과 연계한 작은 결혼식 확산 등이다.

그러나 작은 결혼식 관련 정책을 들어본 경험이 없는 비율(77.2%)이 전국(51.9%)보다 25.3%p나 높아 홍보가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

작은 결혼식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은 결혼식 준비에 필요한 정보제공(26.1%), 작은 결혼식 동참 신혼부부대상 주택대출금리 인하(17.8%), 작은 결혼식 공간 확대 (13.9%) 순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제주지역 결혼문화를 억지로 바꾸려 하기 보다는 '이브닝 웨딩'이나 '숲 결혼식' 등 시간과 공간에서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발굴과 홍보에 초점을 둬야한다고 조언한다.

또 작은 결혼식 전문 웨딩플래너 또는 웨딩업체 양성 및 지원, 웨딩 박람회 정례화 등 작은 결혼식이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 구축도 필요하다.

특히 여가원 분석에 따르면 젊은 세대는 변화가 필요한 문화로 인식하고는 있었으나 본인이 먼저 변화를 시도하는 것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작은 결혼식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저비용이 아니라 결혼당사자들이 주도해 준비하는 결혼이어야 한다. 그러나 부모에게 예식비용을 비롯해 주택 마련 등 많은 부분을 의지하는 신랑신부가 부모를 배제하기 어려운 구조다.

때문에 혼인 당사자들이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준비하는 독립적인 결혼문화가 작은 결혼식으로 가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여가원 관계자는 "혼인 당사자가 경제적으로 독립한다면 부모세대의 체면치레나 강박관념 보다는 실속 있고 의미 있는 결혼식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며 "이를 위한 인식 개선 및 합리적 결혼문화 캠페인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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