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를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은 고향을 사랑할 줄 모르고, 고향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른다.'

지난달 31일 재개관한 제주북초등학교 김영수 도서관에는 도서관 기증자인 고(故) 김영수씨의 뜻이 담긴 한 현판이 걸려 있다.

현판 문구는 제주북초 20회 졸업생으로 재일 기업인이었던 고인이 1968년 제주북초에 도서관을 기증하며 남긴 말이다. 그는 학교와 마을, 그리고 사람에 대한 애정을 당부하며 자신이 기증한 도서관이 동네 사랑방처럼 운영되기를 소망했다.

그의 소망은 반세기 만에 이뤄졌다.

안전상의 문제로 개관 직후 50년간 학교 도서관으로 운영돼 왔던 제주북초 김영수 도서관이 학교와 마을, 행정의 노력으로 지난달 31일 재개관을 통해 지역사회에 전면 개방된 것이다.
 

제주북초 김영수 도서관은 연면적 365.03㎡, 지상 2층 건물로 리모델링됐다. 1층은 북 카페(참새방앗간)·좌식 열람공간(한옥방)·사랑방(강림이·오늘이), 2층은 주제별 책방(책과 노니는 방)·쉼터(목관아가 보이는 책뜰·하늘다리)로 꾸며졌다.

운영시간을 보면 평일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는 제주북초 재학생과 교직원을 위한 학교 도서관으로 운영되지만, 평일 오후 5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말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모든 이들을 위한 마을 도서관으로 운영된다.

마을 도서관 운영시간에는 Δ그림책 읽어주기 Δ가족 책방 Δ책 보따리 Δ도서관 부모교실 Δ북 토크&콘서트 Δ원도심 문화학교 등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특히 마을 도서관 운영시간에는 도 도시재생지원센터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도서관 활동가 47명이 교대로 투입된다. 대부분 주민과 자원봉사자인 이들은 독서 지도와 함께 각종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지역사회에서는 이번 제주북초 김영수 도서관 재개관이 제주시 원도심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제주북초와 마을 뿐 아니라 제주도가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사업', 제주도교육청이 '지역 개방형 학교 도서관 정책'을 통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 것도 여기에 이유가 있다.

고정언 제주시 삼도2동 무근성 마을회 회장은 "제주 최초의 교육기관으로서 재학생 3000명이 넘었던 제주북초가 재학생이 200명이 채 안 되는 학교로 쇠락하면서 마을도 함께 쇠락했다"며 "학교가 살아야 마을이 살고, 마을이 살아야 학교가 살 수 있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김영수 도서관이 활성화되기를 빈다"고 전했다.

박희순 제주북초 교장은 "제주북초 김영수 도서관이 마을에 문을 열게 돼 기쁘다"며 "아이 손 잡고 도서관 가는 가족, 도서관에서 책 읽고 대화하는 마을 사람들, 그 아름다운 동행이 매일매일 이 도서관에서 이뤄지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양민구 도 도시재생지원센터 팀장은 "제주시 원도심을 활성화하기 위한 마을 교육 공동체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 논의의 출발점이었다"며 "마을 품으로 되돌아온 김영수 도서관을 주민들이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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